정부, 삼성전자 기흥공장 증설 허용 고민

  • 입력 2003년 6월 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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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삼성전자의 경기 용인시 기흥 반도체공장 증설 허용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2007년까지 600억달러(약 72조원)를 투자해 현재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는 기흥 근처의 화성시에 메모리반도체 설비라인 6개를 증설해 제2의 반도체공장을 세운다는 계획. 그러나 이 초대형 프로젝트가 수도권 집중 억제라는 정부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삼성이 이 문제를 풀어 달라고 요청한 연초부터 허용 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나 새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어긋난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화성 반도체 제2공장 증설을 위해서는 산업집적활성화법과 택지개발촉진법 등 두 법령의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 쪽이 소극적인 태토를 보이자 당장 공장을 지어야 하는 삼성전자는 이윤우 사장을 비롯한 고위층이 정부와 청와대에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해왔다.

이 문제는 정부부처 안에서 “누가 고양이 목(청와대)에 방울을 달 것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의 관심사. 무엇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핵심 참모진을 설득시켜야 하지만 관료 입장에서는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편에 서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윤진식(尹鎭植) 산자부장관도 5일 재계 간담회에서 이 문제가 재차 거론되자 “연말까지 수도권 공장 신증설이 가능하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으나 확답은 주지 못했다.

청와대측도 현실적 필요와 수도권 집중 억제란 명분 사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직속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성경륭(成炅隆) 위원장은 “워낙 어려운 문제여서 고민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지방분권 원칙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규(權五奎) 정책수석비서관도 “수도권 집중문제와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에 이 문제만 단독으로 논의할 게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프로그램 등과 ‘패키지’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지역균형발전위원회의 지방발전 프로그램과 기획예산처의 지방순회 공청회 및 행정수도이전준비기획단의 공청회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말까지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측은 상황이 계속 복잡하게 얽히자 “정 안되면 중국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그러나 매듭이 지어지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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