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외이사 '고민'…"출자전환 동의땐 법대응" 압박

  • 입력 2003년 6월 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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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 지원의 열쇠를 쥐고 있는 SK㈜ 사외이사들이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주와 노조는 채권단과 SK그룹이 합의한 매출채권의 출자전환 규모에 이사회가 동의하면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사외이사의 사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SK㈜의 1대 주주인 크레스트증권의 모(母)회사 소버린자산운용은 최근 국내 법률자문회사로 법무법인인 ‘명인’을 선정하면서 여차하면 이사진에 배임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기세다.

소버린은 최근 매출채권 출자전환보다 SK글로벌을 법정관리로 넘기는 것이 자신이 대주주인 SK㈜에는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노조도 “이사회가 회생이 불투명한 SK글로벌을 지원한다면 SK㈜의 동반부실을 자초하는 것이며 이사진이 배임 행위를 할 경우 소액주주들과 함께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히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 노조는 하나은행 등 SK글로벌 채권단과 금융감독위원회를 9일 항의 방문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임명호 노조위원장은 “SK글로벌 채권단이 재벌의 선단식 경영을 부추기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계열사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K㈜의 소액주주 100여명도 최근 “SK㈜가 SK글로벌에 대한 국내 매출채권 8500억원을 출자전환할 경우 이사들을 배임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교수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5명의 사외이사는 자신들의 결정이 앞으로 가져올 파장에 대해 우려하며 결정의 시기를 늦추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주 중 이사회를 연다는 원칙만 섰을 뿐 이사회 개최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SK㈜의 사외이사 한명은 “이사회에 가해지는 압력은 거의 ‘협박’에 가깝다”면서 “이런 분위기라면 차라리 사퇴해 책임을 면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사외이사 가운데 한두 명이라도 합의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면 다른 이사들의 부담이 더 커져 출자전환 규모 승인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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