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신동석/정치인-연예인 거짓말에 분노

  • 입력 2002년 8월 25일 18시 35분


몇 년 전 한 토론 석상에서 모 정치인이 거짓말을 해 보았느냐는 패널의 질문에 눈썹 하나 움찔하지 않고 “평생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거짓말을 해 보지 않았다는 거짓말. 이보다 더한 거짓말도 없는 듯하다. 최근 병역비리 문제로 촉발된 정치 세력 간의 공방이야말로 거짓말의 경연장을 보는 것 같다. 국민을 상대로 한 집단사기극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 두고볼 일이다. 진실이 가려진다 해도 결국 어느 한쪽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일상생활에서도 거짓말은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것 같다. ‘다음에는 내가 술 사마’ ‘정말 괜찮은 사람 소개해 줄게’ ‘여자 외모는 중요하지 않아’ 등 처음부터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수표가 되어버리는 말이 허다하다.

정치인과 연예 관계자들의 거짓말, 청문회에서의 위증에 우리는 분노한다. 속 보이는 거짓말을 저렇듯 뻔뻔하게 할 수 있나 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지만 유독 남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우리들의 뒷모습은 어떤가. 악덕 기업주들이 장마를 틈타 폐수를 몰래 방류하듯 허위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소익(小益)을 위해 우리는 거짓의 쓰레기들을 슬며시 투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대량 생산하지는 않는지 자신을 돌아볼 때다.

신동석 서울 강남구 역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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