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3등은 죽는다』…건과-라면등 사활건 2등싸움

  • 입력 1998년 4월 30일 20시 08분


“3등으로 밀리면 위험하다. 2등이라야 살아남는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인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공저 ‘마케팅 전쟁’에서 “어떤 업종이든 시간이 흐를수록 1, 2위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3등 이하는 군소브랜드로 전락한다”고 분석했다. 2등은 선두와 함께 강자로 분류돼 양강(兩强)체제를 굳히는 반면 3등으로 밀리면 생존이 위태롭다는 얘기다.

마케팅의 한 철칙으로 꼽히는 이른바 ‘2등 프리미엄’.

국내에서도 2위 자리를 놓고 업종마다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건과시장에서는 동양과 해태제과가 몇년째 롯데에 이어 2등을 놓고 접전중이다. 96, 97년 양사의 매출액 차이는 불과 50억원 안팎. 올들어선 더욱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해태는 작년 모그룹이 부도를 내면서 영업력의 위축으로 고비를 맞았다. 동양은 이를 적극 활용, 2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큰 돈을 들여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광고모델로 쓰는 등 대대적인 판촉전을 펼쳤다.

동양의 공세에 눌려 한때 처지는 듯 하던 해태는 그러나 맛동산이 복고상품 부활바람을 타고 옛 인기를 회복하면서 동양과 엎치락 뒤치락하는 형세를 연출하고 있다.

라면시장에서는 농심이 단연 선두인 가운데 삼양과 오뚜기가 ‘1%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뒤늦게 라면시장에 뛰어든 오뚜기는 2, 3년전부터 열라면 등의 히트로 급신장. 반면 우지 파동을 겪으면서 한순간에 2위로 내려앉은 삼양은 “오뚜기에마저 뒤지면 회사 존립이 위태롭다”는 배수진을 치고 2위 고수에 안간힘이다.

2위 전쟁의 최대 격전장은 휴대전화 시장. 단연 선두인 011의 ‘카운터파트너’ 자리를 놓고 017과 PCS 3사가 그야말로 혈전중이다.

현재 신세기와 한통프리텔 한솔PCS LG텔레콤은 가입자가 각각 95만∼1백25만명대로 박빙의 승부. 4사는 안정적인 2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과잉투자 부담으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속에 ‘서버이벌 게임’이 뜨겁다.

백화점업계에서는 지난달 신세계와 현대가 누가 2등이냐를 놓고 한바탕 신경전을 치렀다. 현대가 먼저 “백화점 부문에서 신세계를 누르고 우리가 2등으로 올라섰다”고 밝힌 것이 발단. 신세계가 이에 발끈해 “무슨 소리냐. 백화점과 할인점을 통틀어 집계하면 우리가 단연 2위”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양측은 겉으로는 “외형 경쟁을 지양한다”고 하면서도 순위 다툼에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다.

국내 마케팅 전문가들은 2위경쟁에서 한번 밀려난 뒤 군소브랜드로 전락한 케이스로 생리대 시장을 든다. 유한 킴벌리는 쌍용과 2위 경쟁에서 패배한 뒤 지금은 상당한 격차로 뒤져버렸다.

LG경제연구원 최종학(崔宗學)마케팅실장은 “2등과 3등은 단순히 한 계단 차이가 아니다”면서 “2등은 강자로 대접받아 각종 이점이 많은 반면 3등은 힘겨운 생존게임에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