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연구가가 꾸민 신혼집]『氣인테리어로 깨 쏟아지게』

  • 입력 1998년 4월 21일 20시 06분


“어디 불편한 데 없으세요?”

이원준(28·삼성전자 자금팀 외환딜러) 조신연(28·어린이집 교사)씨 부부의 집을 찾은 풍수인테리어 연구가 이성준씨. 침실 거실 주방 등을 둘러보다가 느닷없이 던진 한마디.

머뭇거리던 조씨의 대답. “예…. 사실 결혼한 뒤부터 허리가 좀 아픈데요….” “그럼 침대위치를 옮겨 봅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22평형 주공아파트. 1월 중순 결혼한 이 부부의 신접살림 공간이다. 지은 지 20년이 넘어 겉보기에는 허름한 5층 아파트. 하지만 4층 실내에는 ‘초보주부’답지않은 깔끔함이 구석마다 배어있다.

지난주 토요일 오전 이성준씨의 도움을 받아 3시간에 걸쳐 이 집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의 배치에 변화를 줬다. 집안의 기(氣)를 ‘화통’하게 하는 ‘신혼집 기살리기’ 시도였다.

▼ 침실 ▼

신혼부부의 ‘중심 공간’. 남향 아파트의 북서쪽 방을 침대방으로 쓰고 있었다. 어른들의 충고대로 북쪽을 피해 동쪽으로 머리를 두고 잔다고 했다.

이씨는 “북쪽방을 침실로 쓴 것은 잘한 선택이다. 북쪽은 남성의 기운이 승(勝)한 방위이며 ‘지적이고 냉철한’ 기운을 갖고 있어 외환딜러로 고도의 판단력이 필요한 남편 이씨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동의.

하지만 침대의 방향은 바꾸도록 권했다. “북쪽에 머리를 두면 좋지 않다는 것은 전통풍수와 관계없는 속설”이라고 설명한 뒤 “신부 조씨의 ‘허리통증’도 남성의 기운이 강한 방을 선택한데다 직사각형 방에서 남쪽 문과 북쪽 창으로 흐르는 기의 흐름에 직각 방향으로 침대를 놨기 때문이다”라고 주장. 잠드는 시간이 늦는 신랑 이씨가 침대의 바깥쪽에 눕는 것도 지적사항. “전통적으로 문에서 봤을 때 안쪽이 남편의 자리가 되는 것이 적당하다”고 설명.

결국 침대머리를 북쪽으로 돌려놓고 침대 양옆에 공간을 둬 기의 흐름을 원활히 했다. 북서쪽 구석에는 작은 테이블 위에 따뜻한 느낌의 스탠드를 켜서 신부의 기운을 보호. 파리한 느낌의 형광등 조명도 따뜻한 느낌의 백열등으로 교체했다.

▼ 주방 ▼

좁은 주방에 넓은 식탁을 들여놔 두 사람이 벽을 보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신혼부부의 화합과 다정함을 해치는 배치’라는 지적. 이에 따라 사무용 가구의 한쪽끝인 반원형 테이블을 들여놓고 식사중에 옆 모습을 편안히 볼 수 있도록 바꿨다. 식탁정면의 벽에는 작은 액자를 걸어 생기가 충만하게 했다.

▼ 거실 ▼

거실 정면 장식장 위에 집에 비해 너무 큰 TV가 중앙에 자리잡고 있어 ‘집주인 행세’를 한다는 설명. TV의 위치를 창쪽으로 조금 옮기고 방향을 살짝 틀어 거실 분위기를 바꿨다. 에어컨 옆, 장식장 위에 잎이 무성한 ‘꽃 없는’화분을 놓아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좋지 않은 기운을 흡수하도록 연출.

‘속는 셈 친다’는 표정으로 지켜본 신랑 이씨. “풍수가 거창한 것인 줄 알았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간다”며 흡족한 표정.

▼ 에필로그 ▼

3시간에 걸쳐 가구배치를 마친 이씨. “신혼 때는 군더더기 살림이 없어 가구를 손쉽게 재배치할 수 있다. ‘부부생활’의 원활함과 2세의 건강을 위해 기가 통하는 집으로 가꾸는 게 바람직하다.”

이씨는 그러나 “풍수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성의를 갖고 상식적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모두 풀리는 문제”라면서 “서양 사람들은 ‘풍수’를 모르지만 가정에 가보면 ‘풍수에 맞게’ 꾸며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균형잡힌 느낌, 편안한 느낌이 들면 이미 풍수에 맞게 배치된 것”이라며 ‘풍수는 곧 상식’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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