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내부 첫공개]『휴지처럼 구겨진 고철더미』

  • 입력 1997년 8월 12일 08시 16분


항공기 중 가장 크고 호화롭다는 보잉 747기가 휴지조각처럼 엉망으로 구겨진 채 시커먼 고철더미로 변해 있었다. 찢긴 철문사이에 끼여 있는 흙 묻은 운동화, 흙탕물이 튀어 「우면산 국민학교」라는 글씨가 겨우 보이는 손수건, 불에 그을려 뒹구는 화장품 케이스들…. 대한항공기 추락 참사 6일째인 11일 오전 한국 풀기자단에 처음 공개된 사고기의 내부는 전율을 느낄 정도로 처참했다. 비행기 앞부분인 1등석은 천장이 포탄을 맞은듯 군데군데 뚫려 있었고 천장철판은 찢겨 아래로 떨어질 듯 휘어져 있었다. 바닥도 의자와 함께 뜯겨나와 흔들거렸다. 시커먼 철판이 1∼2m 크기로 조각나 어지럽게 널려 있는 바닥에는 십자 모양의 노란색 테이프가 서너군데 붙어 있다. 시신을 발굴한 지점의 표시. 1등석에서 조종실로 통하는 입구는 절반쯤 몸을 숙여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망가졌다. 왼쪽에 있는 조종간은 절반가량 부러져 있었으며 남은 부분도 심하게 휘어졌다. 조종실 천장은 수십 가닥의 케이블이 잘려진 채 삐져나와 흔들거렸고 조종석 앞 계기판 위에는 각국 공항안내서인 「젭슨 매뉴얼」이 비에 젖은 채 펼쳐져 있었다. 피와 흙이 묻은 조종사 모자가 그 밑에 뒹굴고 있고….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현장조사팀은 사고기의 조종실(Cockpit) 부분 철판이 너무 심하게 찌그러져 있어 진입구를 만드는데 며칠을 소비했다. 사고조사를 위해 조종실내의 각종 계기가 손상을 입으면 안되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철판을 뚫어 출입구를 내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 것. 조종실 내부에는 유리조각 등도 널려 있었으나 기압고도계 전파고도계 주파수계기 DME판독기 승강계 등 각종 계기판은 눈금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 이에 따라 조종실내의 각종 계기판에 나타난 눈금과 블랙박스를 해독한 내용을 대조해 분석하면 사고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종실 내부를 살펴본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장과 부기장석 사이에서 젭슨 매뉴얼을 찾아 냈다』며 『이는 조종사들이 사고 당시 악천후속에서 공항의 위치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고 말했다. 꼬리날개로 이어지는 동체 뒷부분은 가운데에 큰 폭탄을 맞은 듯 구멍이 뻥 뚫려 있었으며 바닥에는 잿가루와 검게 탄 쇠붙이만 가득 쌓여 있었다. 〈괌〓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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