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낸 사람만 손해보는 출국세

  • 입력 1997년 7월 2일 20시 25분


출국세 시행 첫날 공항에서 있었던 혼란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모든 해외여행자로부터 강제 징수하려던 당초 계획이 변경돼 관광목적의 출국자에 대해서만 자진납부 형식으로 부과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내지 않아도 상관없는」 세금이 되고 말았다. 관광여행인지, 다른 목적의 여행인지 가려내기 어렵고 강제규정도 없어 본인이 안내겠다고 고집하면 그뿐이다. 이번 혼란의 원인을 단순히 사전준비나 홍보부족 탓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이 제도가 허점투성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보완조치없이 시행에 들어갔다. 또 의무적으로 내야하는 세금인 것처럼 여행사에 징수대행 업무를 맡겼다. 그러잖아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는 마당에 이같은 안이한 자세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출국세는 국민의 불필요한 해외여행 자제와 관광산업 진흥대책의 일환으로 마련된 제도다. 따라서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당국은 첫 시행에서부터 오류를 범함으로써 출국세의 취지를 국민에게 알리는데 실패했고 관광사업기금 마련에도 별다른 소득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정부가 이런 저런 명목을 내세워 국민으로부터 돈을 뜯으려 한다는 나쁜 인상만 남겼다. 해외여행객들은 이제 출국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대로는 제도가 시행될 수 없는 노릇이다. 보완조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액수를 줄여 공항세 등에 포함시켜 징수하는 방법도 있다. 관광수지 적자를 줄이려면 여행객 스스로 아껴쓰도록 유도해야 하며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 바에는 출국세를 철회하는 것이 낫다는 여론에 귀기울여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