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진희/공무원 떡값풍조 만연

  • 입력 1997년 3월 13일 08시 18분


12년여의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지 1년쯤 된 주부겸 학원 강사다. 공부하면서 아이까지 키우느라 몸과 마음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안고 조국으로 왔다. 그러나 도저히 용납할 수없는 일들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도사리고있어 실망이 크다. 며칠전 급히 부산에 갈 일이 생겼다. 새벽에 차를 가지고 출발했는데 급한 마음에 속력이 빨랐던 모양이다. 대구쯤 갔을때였다. 대기하고 있던 경찰관이 서라고 지시해 멈추었다. 『바쁘셨나 보죠. 속력을 많이 냈지만 떡값만 좀 주고 가세요』했다. 남편과 나는 생소한 떡값 타령에 어리둥절했다. 미국서 간혹 안전벨트로 인해 딱지를 떼어본 일은 있다. 떡값과 딱지는 흥정거리가 될 수 없다. 한국의 공직자들이 구석구석에서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가. 어린 두 딸이 떡값이 뭐냐고 물어 왔을땐 대답할 말이 없었다. 언젠가는 무선 전화기를 든 남자가 내가 근무하는 학원으로 찾아왔다. 경찰관인데 연말이니 떡값을 좀달라고 온거다. 뒤이어 소방서에서 왔다면서 원장을 찾더니 떡값을 요구했다. 거리의 걸인도 총칼든 강도도 아닌 경찰관 소방관이 어떻게 공공연히 떡값 운운하며 손을 내미는가. 물론 일선에서 묵묵히 힘든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공직자도 많지만 간혹 이런 모습을 볼땐 과연 이나라가 내 조국인가 한심한 생각이 든다. 김진희(경기 분당구 효자촌 삼환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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