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방,미도파 인수 선언…태도바꿔 『주식 공개매수』공시

  • 입력 1997년 3월 7일 08시 21분


[정경준 기자] 미도파 경영권을 놓고 물밑 경쟁을 벌였던 신동방그룹과 대농그룹이 6일부터 공개적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미도파 인수설을 부인해온 신동방과 신동방의 관계회사인 고려산업은 이날 『미도파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검토중』이라고 공시, 적대적 합병인수(M&A)의사를 처음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도파는 이날 5백억원 규모의 사모(私募)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 현대 삼성 LG 등 재벌그룹 계열사에 인수시킴으로써 경영권 방어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 신동방의 공격 ▼ 신동방그룹은 지난 4일 계열사인 신동방과 관련사 고려산업을 통해 미도파주식 2백2만여주(전체주식의 13.66%)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고려산업은 신동방그룹과 출자관계는 없으나 申明秀(신명수)신동방그룹 회장의 동생인 聖秀(성수)씨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다. 신동방과 고려산업은 이어 6일 거래소 공시를 통해 미도파 경영권 장악 의도를 분명히 밝히면서 공개매수 기간 가격 수량 등은 한달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9일 『미도파 인수설은 사실과 다르다』고 공시한 뒤 최근까지 미도파 M&A설을 줄곧 부인해온 신동방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미도파주식은 주로 신동방그룹 계열사인 동방페레그린증권 창구를 통해 누군가가 사들였기 때문에 신동방그룹이 어떤 형태로든 매집세력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증권가에 파다하게 퍼졌었다. ▼ 대농측 방어 ▼ 미도파가 전격적으로 발행한 사모BW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신주를 교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방어차원에서는 지난번 한화종합금융이 발행했던 사모 전환사채(CB)와 다를 바 없다. 이 BW가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미도파측 우호지분으로 작용할 경우 미도파측은 지금보다 약 10%가 늘어난 38.57%의 지분을 확보, 경영권방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 BW의 신주인수권 행사시기는 오는 7월1일 이후여서 당장 미도파측이 지분을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주주명부폐쇄일 이전에 행사할 수 있는 사모CB 또는 BW의 발행을 금지한다」는 2월6일의 법원결정이 미도파측 이의신청에 의해 번복된다면 직접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날 발행된 미도파BW를 LG종합금융(2백억원) 삼성생명(1백50억원)과 현대그룹 관련사인 한국생명(1백50억원) 등이 대거 사들인데 대해 증권가에서는 「M&A에 위협을 느낀 재벌그룹들의 공조(共助)」라고도 분석하고 있다. ▼ 증권당국의 제재 ▼ 증권거래소는 공시를 번복한 ㈜신동방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한 매매심리에 착수하는 한편 7일 하룻동안 신동방주에 대한 매매를 정지시키기로 했다. 증권거래소는 신동방에 대해 증권관리위원회에 제재를 요청할 계획이며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증관위는 주의 경고 및 대표이사 해임권고, 유가증권 발행제한, 상장폐지 건의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또 증권감독원은 미도파주식을 대량 매집한 신동방그룹과 성원건설 고려산업 등에 대한 주식위장분산 조사에 착수했다. 증감원은 지난해부터 미도파주식을 대거 사들인 이들 기업이 동일인의 자금, 특히 신동방측 돈으로 주식을 매입했는지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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