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구멍뚫린 해안초소

동아일보 입력 1997-01-05 20:05수정 2009-09-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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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 서해안 초소에서 야간경계근무중인 장교가 영관급 장교복장을 한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개인화기와 실탄을 넘겨준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지난해 강릉 무장간첩 잠수함침투사건 후 해안경계근무 강화와 군기 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허점을 다시 드러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괴한이 해안경계를 맡고 있는 부대의 근무현황 등을 꿰뚫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곧 보안상 허점이 있었음을 드러낸다. 나아가 야간에 불쑥 나타난 괴한이 영관급 복장을 했다고 해서 지휘명령계통에 따른 확인없이 근무현황을 브리핑하고 암구호를 가르쳐주었으며 목숨과도 같은 총기를 선뜻 건네준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최전방 경계에 임하고 있는 장병이 어떻게 지휘명령계통에 따른 보고나 지시없이 근무수칙을 어겨가며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해안초소 근무장병들이 근무수칙에 따라 철저히 근무했다면 그 괴한의 행동을 수상히 보고 일단 체포했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오히려 총기와 실탄까지 넘겨준 것은 평소 해이한 군기와 나사풀린 해안경계 근무태세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중대장의 순찰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발생을 확인, 비상경계태세를 발령하고 사후조치를 취한 것도 너무 늦었다. 또 느닷없는 검문검색으로 수도권일대 주민들이 겪은 불편과 교통혼잡도 답답하고 딱하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새해들어 안보태세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군수뇌부도 북한의 도발에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출 것을 전군에 지시했다. 그러나 이번 서해안 초소사건은 이를 무색케 했다. 위에서 아무리 지시를 해도 아래에서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그 괴한을 빨리 검거해서 정체를 밝혀내고 범죄에 이용될지 모르는 총기와 실탄을 회수하는 일이다. 군과 경찰은 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치밀한 수색작전을 벌여야 할 것이다. 검문검색도 형식적인 것을 탈피해 보다 실효성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장병에 대한 교육 훈련에 철저를 기하는 일이다. 특히 총기관리에 빈틈을 없애고 어수룩한 근무기강을 획기적으로 다잡아야 한다. 군의 기강은 군수뇌부를 포함한 상급지휘관들이 근무수칙 및 지휘명령계통을 솔선수범해 지킴으로써만 확립할 수 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는 급변하고 남북관계는 점차 예측하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북한의 대남(對南)무력적화통일전략은 변하지 않고 언제 또 어떤 형태의 도발을 해올지 모른다. 국방 고위관계자들의 각성과 최일선을 맡고 있는 장병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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