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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소년비굴 누가 가르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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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소년비굴 누가 가르쳤나

동아일보입력 1996-10-20 20:24수정 2009-09-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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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명이나 되는 중고생들이 친구가 동네 불량배 2명에게 맞아 숨지는 것을 지켜 보았으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들은 경찰진술에서 친 구의 억울한 죽음을 단순한 실족사였다고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경찰은 이들의 진술만을 믿고 단순 실족사로 처리하는 수사 허점을 드러냈다. 뒤늦게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한 한 중학생의 고백으로 진실이 밝혀졌 다. 이번 사건은 불량배의 보복위협에 끝내 친구의 무참한 죽음을 은폐한 10대들의 비 겁을 나무라기에 앞서 누가 그같은 비굴함을 가르쳤느냐를 따져 묻게 한다. 그리고 이들을 이렇게 키워 온 우리사회와 기성세대들의 뼈아픈 자성을 요구한다. 청소년들이야말로 진실과 정의를 사랑하고 불의와 폭력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가 져야 한다. 나라의 앞날을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청소년들이 정의감과 용기는커녕 작은 폭력 앞에 진실을 은폐하고 고발정신마저 외면해 버린다면 우리의 장래는 암담 하다. 어린이들은 어른을 본받고 어른이 만들어 낸 사회적 환경과 가치관에 길들여지게 마련이다. 누구나 정의와 용기를 말하고 진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자신의 작은 이익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남의 불 행이나 공동체의 운명까지도 아랑곳하지 않는 세태와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우리 청 소년들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한마디로 참담하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 정신병자에 떼밀려 지하철 선로로 추락, 기절한 여인을 구출하기 위해 전동차 접근을 무릅쓰고 필사의 구조노력을 기울인 20 대 청년의 의로운 행동은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추는 큰 위안이자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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