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드르륵… 쾅… 쾅…” 하늘선 MD500 헬기 총탄세례, 땅에선 전차들이 불 뿜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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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년만에 안보관광지로 개방한 포천 ‘승진훈련장’

관람객들 “마치 전쟁터에 온 듯”

“4km 밖에 있는 K9 자주포가 방금 표적을 명중시켰습니다.” “10분 전 대구비행장을 이륙한 F-15K 2대의 지원폭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MD500 공격헬기가 지금 M60 총탄 600발을 쏟아 부었습니다.”

4일 오전 11시 반 경기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승진훈련장. 육군 8사단 모 전차부대의 공격훈련이 한창이었다. 전차 10여 대가 굉음을 내며 전진하고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포탄을 발사하는 상황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동시에 모든 훈련상황에 대한 설명이 마치 스포츠 중계처럼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이날 승진훈련장 개방을 기념해 마이크를 잡은 부대장 안익대 중령은 700여 명의 관람객 앞에 ‘해설자’로 나서 적 전차 섬멸 작전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8사단 측은 “초등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해설을 하려고 한다”며 “일정 기간 이후에는 민간인이 해설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 관광지로 변신한 군 훈련장


승진훈련장은 1952년 미군이 명성산 인근 1895만 m²(약 573만 평)에 만들었다. 현존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군 훈련장이다. 1973년부터 한국군이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화력시범을 보일 때에만 대통령 등 국내외 귀빈을 대상으로 개방했다. 당연히 일반인의 접근은 철저히 통제됐다. 이곳을 관광지로 활용키로 한 것은 포천시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포천시는 규제의 상징인 군 훈련장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육군 8사단에 제안했다. 8사단 측은 안전과 보안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마친 뒤 지난해 11월 안보관광지 조성에 합의했다.

포천시는 약 2억5000만 원을 투입해 1800석 규모의 관람석을 마련했다. 또 방송시설과 이동식 전광판, 편의시설 등을 설치했다. 폐쇄된 곳이 아니라 운영 중인 훈련장이 관광용으로 개방된 건 이곳이 처음이다. 서장원 포천시장은 “포천은 군사시설이 많은 것이 단점이었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군 훈련장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했다”며 “느슨해진 안보의식을 강화하는 또 하나의 교육현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신원조회 거친 뒤 관람

승진훈련장에서는 연간 40주가량 훈련이 펼쳐진다. 이 가운데 한국군 자체 훈련이 있을 때 매주 수요일 약 1000명에 한해 관람이 가능하다. 훈련 장비와 내용, 전시 품목은 어떤 부대가 훈련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관광프로그램 운영은 현대아산이 맡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www.go4peace.co.kr) 등을 통해 예약하면 신원조회를 거쳐 관람이 최종 확정된다. 포천시와 현대아산 측은 근처 포천아트밸리나 허브아일랜드 등과 연계한 관광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이날 훈련을 지켜본 일반인들의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가족들과 함께 훈련장을 찾은 김완선 씨(42·서울 동작구 상도동)는 “오랜만에 군사훈련을 직접 보니까 감회가 새롭다”며 “아이들이 난생처음 본 군사훈련에 즐거워해 보기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훈련장 개방에 따른 보안 문제 발생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8사단 관계자는 “개방에 앞서 안전 및 보안 문제를 충분히 검토했다”며 “신청자 전원이 미리 충분한 신원조회를 거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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