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단독]김종인 “무기한 임기, 전권 요구한 적 없다”

  • 신동아
  • 입력 2020년 4월 27일 0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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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생·경제통 대통령…특정인, 나이 염두 둔 발언 아냐”

●앞으로 몇 개월에 통합당 명운이 걸렸다
●낡은 이념에 갇힌 정당 국민 지지 얻지 못해
●정강 정책부터 시대 변화에 맞게 고쳐야
●당이 거부하면 어쩔 수 없어…결과로 보여줄 것
●차기 대선주자는 젊고 유능하며 사고 유연하고 때 묻지 않으면 돼
●홍준표의 공격? 일일이 대응 않겠다
●싸움질만 계속하면 영영 수권의 기회 놓쳐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을 두고 미래통합당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1970년대생, 경제전문가 대선후보론’을 내놓으면서 당권과 차기 대권을 두고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통합당 지도부는 28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할 계획이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비위 전력까지 제기하며 견제하고 있다. 일부 유승민계도 ‘김종인 비대위’가 아닌 자강론을 주장한다. 전국위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25일, 26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무기한 임기, 전권 달라고 한 적 없다”면서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몇 개월에 통합당의 명운이 걸렸다”며 “낡은 이념의 공식 안에 갇혀 있는 정당으로는 결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70년대생·경제통 대통령’ 발언에 대해선 “특정인이나 나이를 염두에 둔 게 아니고 젊고 유능하고 사고가 유연하면서 때 묻지 않은 그런 지도자가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뇌물전과자” “정계 언저리에 어슬렁거리지 말라”는 홍준표 전 대표의 원색적 비난에 대해서 는 “굳이 그런 얘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가는 것인데 (당에서) 거부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4년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수락할 때도 그랬다. 온갖 사람들이 들끓었다. 결과로 보여주면 되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정강 정책부터 시대 변화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수, 진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지난 총선에 너무 늦게 등판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미 회고록까지 썼을 정도로 현실 정치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으로 지켜진다. 양당 정치의 한 축이 완전히 무너질 조짐을 보이니 어쨌든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

-총선에서 통합당 승리를 자신했는데.

“전투를 책임진 장수가 끝까지 이긴다고 말하지 진다고 말하겠는가.(웃음)”

-민주당의 독주가 예상된다.

“민주당으로서도 180석은 부담스러운 숫자일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 217석을 차지한 공룡 여당도 있었지만 다음 선거에서 149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민주당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 없다. 이번 총선은 7선의 관록 있는 대표(이해찬 의원을 지칭)가 있어 그다지 잡음이 없었지만 그가 물러나면 과연 매끄럽게 내부 통합을 이뤄나갈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이젠 ‘상대 당’이 됐으니 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포함해 103석밖에 안 되는데,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겠나.

“의석 숫자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국민들께서 마지막 불씨를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합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이번 총선의 참패가 통합당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여기서 싸움질만 계속한다면 영영 수권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앞으로 몇 개월에 명운이 걸렸다.”

-보수 정당이 보수당답지 못해 통합당이 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패인을 완벽하게 거꾸로 해석한 것이다. 요즘 세상에 보수, 진보가 무슨 의미가 있나.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면 보수적인 정책이든 진보적인 정책이든 끌어와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낡은 이념의 공식 안에 갇혀 있는 정당으로는 결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젊고, 사고 유연한 지도자 필요”

-통합당을 어떻게 바꿀 생각인가.

“지난 보수 정권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표현이 먼저 있어야 하겠고, 정강 정책부터 시대 변화에 맞게 고쳐야 한다. 당면해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대한 ‘경제 코로나’가 닥쳐올 것이 예상되는데, 경제 정책에 있어 선명한 대안을 제시해나가야 할 것이다.”

-비대위원장으로서 무기한 전권을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 일부 언론이 좀 한심하다. 내가 한 말이 아니고 라디오 방송에서 사회자가 질문한 내용을 어떻게 내가 한 말로 둔갑시킬 수 있나. 요즘은 인터넷에 방송 내용이 금방 올라간다. 그것만 들어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다른 언론사에서 쓴 것을 그대로 베껴 쓴다. 그렇게 확대 재생산이 된다.”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은 ‘무기한·무제한으로 비대위원장을 하겠다’거나 ‘전권을 달라’ 또는 ‘전권을 주는 게 비대위원장의 전제’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다만 “대권을 제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그 준비까지는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7월 혹은 8월 전당대회를 열면 비대위원장 임기가 2~3개월뿐이라 그건 곤란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권이 주어져야 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도 “전권이라는 것은 가서 비대위원장 하면 지금 현행 대표의 권한으로 갖는 것이기 때문에 뭐 전권이라는 얘기 자체를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뒤 맥락을 보면 김 전 위원장이 생각하는 ‘전권’은 ‘당 대표가 가진 권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태어난 경제통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특정한 누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대략적인 지도자 상을 말한 것이다. 나이는 더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젊고 유능하고 사고가 유연하면서 때 묻지 않은 그런 지도자가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기 대선의 기본 구도를 그렇게 그려보고 있다.”

“비상시국에는 비상의 리더십 요구돼”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에 대해 당 안팎의 비토 의견이 있다.

“내가 하겠다고 떼를 쓴 것도 아니고 그쪽에서 오라고 해서 마지막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가는 것인데 거부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4년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수락할 때도 그랬다. 온갖 사람들이 들끓었다. 결과로 보여주면 되는 일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반대가 특히 심하다. 인신공격까지 하고 있는데.

“굳이 그런 얘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평가하자면.

“자기들에게 나중에 책임이 돌아올 것 같은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재난지원금 준다고 한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방식만 이야기한다. 재난지원금을 직접 주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들이 스스로 신청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애초에 신청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지원금을 다시 기부하니 마니 하면서 탁상공론을 거듭하고 있으니 이런 난센스가 어디 있나.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 옆에서 구명조끼를 회수하니 마니 논쟁하는 격이다. 비상시국에는 비상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위기의식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곽대중 칼럼니스트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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