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동생 구하려 불길 뛰어든 17세 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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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아파트 새벽 화재로 형제 참변… 부모 집 비운새 향초서 옮겨붙은듯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형이 집 안에서 잠을 자던 동생을 구하려고 들어갔다가 모두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8일 오전 4시 6분경 울산 동구 전하동 H아파트 13층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고교 2학년 A 군(17)과 동생인 초등학교 3학년 B 군(9)이 숨졌다. 화재 당시 이들의 부모는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A 군과 친구는 집에서 함께 놀다 허기를 느끼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이후 음식 냄새를 없애려고 방문과 베란다 문을 열어 놓은 뒤 거실 식탁에 향초를 피워 놓았다. 이후 이들은 음료수를 구입하려고 집을 나와 인근 편의점으로 향했다. 당시 B군은 안방에서 자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구입한 뒤 돌아오던 A 군은 집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동생이 집에 있는데…”라고 소리친 뒤 집 안으로 들어갔다고 친구가 경찰에 진술했다.

잠을 자던 B 군은 아파트 앞 베란다 쪽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A 군은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울산동부소방서 관계자는 “오전 4시 12분경 현장에 도착하니 1층 바닥에 A 군이 떨어져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 군이 질식한 동생을 안고 집 밖으로 나오려다 현관 쪽에서 불길이 치솟자 베란다로 피했고 이후 난간에 매달려 버티다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에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식탁 위에 피워둔 향초는 바람에 날려 바닥으로 떨어진 뒤 인화물질로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30분 만에 꺼졌으나 인근 주민 8명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1997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건축물이 아니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 군의 친구 등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아파트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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