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북·미간에 자극적인 말들이 오가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다. 15일 오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 하는 등 남북·북미 간에 분주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 국면이 조성될 때 사진기자들이 찾는 단골 장소가 있다. 바로 경기도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 손이 닿을 듯 가깝게 보이는 곳은 황해도 개풍군. 전망대에서 약 3km 정도 떨어져 있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강폭이 불과 700m 가량까지 좁아지는 곳도 있다. 800mm 망원렌즈로 들여다본 북녘 땅에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렌즈로 마을을 훑어보던 중 마을 중심가에 이상한 모습이 포착됐다.
마을 한가운데 있던 김일성 사적관 건물이 통째로 사라진 것. 증축이나 개축의 흔적 없이 기와지붕의 단층 건물이 완전히 철거됐다. 사적관 앞에 있는 영생탑은 그대로 있었지만 탑 위에 씌어진 글자는 지워진 상태였다. 과거에는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사신다’라는 붉은색의 문구가 또렷했었다.
사적관이 사라진 이유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가림막으로 가려진 탑 기둥에는 새로운 문구로 추정되는 흐릿한 글씨가 관측됐다. 최고지도자의 우상화를 위해 건립된 영생탑과 사적관은 개풍군뿐만 아니라 북한 곳곳에서 흔히 발견된다. 다른 지역 현황을 확인 할 수 없어 단언하기 어렵지만 개풍군의 탑과 사적관을 새로 단장하려는 것이 아냐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며칠 전 북한이 호언장담했던 미국에게 줄 크리스마스 깜짝 선물이 영생탑에 공개될지 기자의 상상력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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