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도 없다…에이스에 형님까지, 짐이 많은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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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0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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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9일 오후(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다그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카타르 월드컵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2019.9.10/뉴스1 © News1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9일 오후(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다그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카타르 월드컵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2019.9.10/뉴스1 © News1
지난해 여름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향점을 2022 카타르 월드컵으로 잡으면서 확실히 대표팀 구성원의 연령이 크게 낮아졌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터키에서 열린 조지아와의 평가전 선발명단을 보면 확 와 닿는다.

이정협(28) 권창훈(25) 백승호(22) 손흥민(27) 이강인(18) 황희찬(23) 권경원(27) 김민재(23) 김진수(27) 박지수(25) 구성윤(25) 등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이었다. 30대는 전혀 없었다. 교체로 투입된 이들도 나상호(23) 이동경(22) 등 젊은 피가 많았다.

대략 2010년 이후 한국 축구의 기둥으로 활약했던 기성용, 구자철(이상 30)의 은퇴 등과 함께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에게 배턴이 넘어가는 분위기다. 언제까지 기성용에게 매달릴 것이냐는 지적을 감안한다면 긍정적인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서른 줄에 다다른 선수들이 은퇴하는 것은 지금껏 축적된 경험이 아깝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들린다.

벤투 감독이 전체적으로 내일을 도모해야한다고 강조하는 와중 캡틴 기성용의 은퇴를 만류했던 것도 후자를 생각해서다. 힘과 패기 못지않게 중요한 게 베테랑의 노련함과 여유다. 구심점이 없는 팀은 흔들리기 쉽다. 한층 젊어진 벤투호의 약점이기도 한데, 그래서 에이스 손흥민의 어깨가 더 무겁다.

축구대표팀이 10일 밤 11시(한국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투르크메니스탄의 FIFA 랭킹은 132위고 한국은 37위다. 순위가 전력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나 한국 쪽 우위가 점쳐지는 경기다.

그래서 또 부담은 한국의 몫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져도 아쉬울 것 없고 비기면 금상첨화일 경기. 따라서 수비를 두껍게 하면서 승리보다는 승점에 방점을 찍을 운영을 펼칠 공산이 크다. 이 밀집수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뚫어낼 수 있는가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냉정함이 요구될 경기다. 거의 모든 선수들이 웅크리고 있는 팀을 상대하는 것은 브라질도 프랑스도 어렵다. 벤투 감독과 대표 선수들도 멀지 않은 과거에 경험을 했다. 지난 1월 열린 아시안컵에서 벤투호는 1차전에서 필리핀, 2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했다. 모두 FIFA 랭킹 100위권 밖에 있는 약체였는데 스코어는 고전 끝 1-0 신승이었다. 그때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빠른 시간에 골이 터지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애타는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선수들이 흔들릴 수 있는데,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팀 내 구심점의 침착한 리더십이다. 현재 대표팀에서 이 역할을 해줘야할 선수는 손흥민이다.

사실 이런 ‘형님 리더십’을 바라며 호출했던 선수가 이청용(31)이었다. 애초 작성된 26명 엔트리에는 이청용의 이름이 있었다. 벤투 감독도 산전수전 다 겪은 이청용이 선수들을 컨트롤해주길 바랐으나 소속팀 훈련 중 부상 사실이 드러나 중도하차했다. 이제 시선은 손흥민을 향한다. 직접 골을 넣어주는 해결사 노릇도 해야 하나 동시에 후배들을 이끄는 컨트롤 타워 임무도 소화해야한다. 자신도 알고 있고, 이미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은 졸전으로 끝난 지난 5일 조지아전 후 “이런 모습으로는 월드컵에 나갈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고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를 앞두고는 “호랑이는 토끼를 사냥할 때도 죽을힘을 다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안일함까지도 버려야한다는 정신무장이었는데, 이제는 지루하고 당황스러울 90분 동안 침착한 대응을 이끌어야한다.

손흥민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다. EPL에서도 톱클래스 반열의 공격수다. 집중견제는 당연하다. 거친 수비도 감수해야한다. 자신의 여건만으로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울 조건이지만 동시에 팀까지 봐야한다. 짊어질 짐이 많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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