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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곳곳에 부식 주범 새 배설물… ‘통통’ 소리나면 이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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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곳곳에 부식 주범 새 배설물… ‘통통’ 소리나면 이상신호

노지현 기자 입력 2018-02-22 03:00수정 2018-02-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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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프라 긴급점검]<상> 전문가와 함께 찾은 성수대교


《서울의 겉은 화려하다. 새로 들어선 초고층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에 야간조명이 멋진 다리, 그리고 5세대(5G)를 구가하는 광통신망까지. 첨단 메트로폴리스라는 이미지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1970∼1990년대 급팽창하면서 갖춰진 도시 인프라의 속내는 어떨까. 각종 재난에도 끄떡없이 버텨낼 수 있을까. 한강 다리, 아스팔트 지하, 공중의 전선을 서울시와 동행 점검해 살펴봤다.》

“저는 고소공포증이 전혀 없거든요.”

점검 사다리에 첫발을 얹자마자 ‘내가 왜 그 말을 했지’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한 발, 한 발 내려갈수록 발밑 저만치에서 빙빙 도는 한강 물살이 두려움을 배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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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성수대교 바로 아래 한강공원 둔치에 서울시 교량안전과 직원 29명과 ‘성수대교 주치의’ 양승이 박사(교량안전·㈜아워브레인 이사)가 모였다. 2010년부터 한강 다리마다 민간인 전문가를 1명씩 주치의로 뒀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한강 교량은 21개. 고가차도와 터널까지 합치면 주치의는 모두 126명이다.

이들은 7개 팀으로 나뉘어 성수대교 상·하부, 남단과 북단 램프를 육안으로 살피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다. 도장(塗裝)이 벗겨진 곳은 없는지, 이음매나 철골구조에 문제는 없는지를 중점 점검한다. 1년에 상·하반기 정기 집중점검을 하고 차량 이동이 많은 명절 때도 한다.

○ 사계절 뚜렷한 기후가 다리에는 위험

20일 오후 서울시 안전총괄본부 교량안전과 직원들이 성수대교 아래 철제점검로에서 다리의 도장 상태와 연결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교량 안전점검 체계를 만든 시는 현재 한강 다리마다 외부 전문가 1명을 ‘주치의’로 임명해 함께 관리한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점검로는 성수대교 상판 바로 밑에 있다. 성수대교 보행로 난간에는 점검로로 내려가는 사다리가 있다. 평소에는 잠겨 있지만 이날은 점검을 위해 열었다. 보호구조물이 사다리 주위에 쳐져 있지만 고소공포증을 불러일으킨다.

점검로에 올라서자 코팅된 사진 한 장과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지점.’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 10번 교각과 11번 교각 사이의 길이 48m 상판이 추락했다. 지나던 버스와 차량 등도 함께 떨어져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한유석 교량안전과장은 “아예 존재하지 않던 교량점검에 대한 법령이나 제도가 성수대교 사고 이후 생기고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다리 관리를 할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셈이다. 이 사진과 사고지점 표시 문구는 일반인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오직 점검자들만 볼 수 있다. 이들이 점검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지를 보여준다. 상판과 상판의 연결부위는 이중, 삼중으로 강화됐다. 연결부위가 손상되더라도 상판이 한강에 바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단에 버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점검로를 걷다가 비둘기들과 마주쳤다. 이들의 배설물이 다리 곳곳에 말라붙어 있었다. 비둘기 배설물은 산성이 강해 다리를 부식시키기 쉽다. 햇빛 자외선을 많이 받아 떨어져나간 페인트 도장도 다리 수명을 줄어들게 한다.

다리 안전에 과적(過積)차량이 가장 큰 문제일 것 같지만 사실은 물이 다리의 수명에 가장 큰 ‘적’이다. 쌓였다가 녹는 눈과 빗물이 콘크리트와 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뚜렷한 사계절이 다리에 좋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눈이 얼지 말라고 뿌린 염화칼슘도 굳어 다리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붙어 있다. 점검 직원은 들고 있던 망치로 톡톡 쳐서 염화칼슘 가루를 떼어냈다. 여름에는 다리 아스팔트가 뜨겁게 달궈지고 겨울에는 수축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다리 전체에 점점 부담을 준다.

○ 드론으로 점검 사각지대 없애

점검로에서 올라와 램프와 보행로를 따라 걸으며 점검했다. 점검 직원들은 수박을 고르듯 아스팔트와 난간을 연결하는 콘크리트 부분을 망치로 콩콩 쳤다. 상태가 좋은 곳은 딱딱 바위소리가 나지만 부식된 곳은 통통 빈 소리가 난다.

다리 중간중간 배수구가 있다. 담배꽁초와 쓰레기, 낙엽 등으로 막힌 곳들이 적지 않았다. 직원들이 수시로 치운다고는 하지만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배수구가 막히면 장마철이나 폭우가 올 때 다리가 물바다가 된다.

이날 각 팀이 점검한 부분은 모아서 분석한 뒤 보수할 부분을 선정하고 추후 일정을 잡아 보수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와이어캠, 레일캠과 드론을 도입해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구간을 점검하기로 했다. 올해 천호대교와 올림픽대로 아래 한 곳을 지정해 시범 운영하고 다른 다리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인석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시설물 안전점검에 사물인터넷(IoT)을 적극 활용해 육안의 한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성수대교#점검#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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