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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의 온사이드]대견한 윤덕여호, ‘들꽃 코리아’라 부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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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의 온사이드]대견한 윤덕여호, ‘들꽃 코리아’라 부른다면…

이종석기자 입력 2015-08-14 03:00수정 2015-1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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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대표팀 모두 별다른 이름 없이 감독 이름 붙인 ‘○○○호’로 불러
척박한 환경서 잘 싸운 여자대표팀… 관심과 애착 갖게 할 애칭 만듭시다
매년 12월 1일 일본에서는 그해 일본인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 유행어와 신조어를 선정해 발표하는 행사가 열린다. 1984년 시작된 행사인데 2004년부터 일본의 평생교육 업체 ‘유캔’이 후원하면서 ‘유캔 신어·유행어 대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행어와 신조어 10개를 뽑고 그중 하나를 대상으로 발표하는데 일본인들이 꽤 많은 관심을 갖는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본을 강타했던 2011년. 이해 대상으로 꼽힌 유행어는 ‘나데시코 저팬’. 나데시코는 패랭이꽃을 뜻한다. 일본인들이 반듯한 예의와 강인한 정신력을 함께 갖춘 여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종종 쓰는 말이다.

그럼 나데시코 저팬은? 일본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애칭이다. 2004년 일본축구협회가 공모를 통해 정했다. 나데시코 저팬이 2011년 최고의 유행어로 꼽힐 수 있었던 건 일본 여자축구가 그해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하면서 동일본 대지진 피해로 비탄에 잠긴 자국민에게 큰 위안을 안겼기 때문이다. 일본 여자축구 리그 이름도 나데시코 리그다.

얼마 전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우리나라 여자축구 대표팀이 일본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내용을 전하면서 우리 여자 대표팀도 애칭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여자든 남자든 축구 대표팀 앞에 주로 감독 이름을 딴 무슨 무슨 호(號)라는 식으로 이름을 붙인다. 남자 대표팀은 슈틸리케호, 여자는 윤덕여호 하는 식이다. 하지만 나데시코 저팬 같은 애칭에 비해 친근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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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대표팀에 애칭을 붙여 주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가 2월 애칭을 공모했다. 하지만 당선작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 대표팀은 6월 열린 캐나다 월드컵과 9일 끝난 동아시안컵에 애칭을 갖지 못한 채 출전했다. 여자 대표팀은 동아시안컵에 ‘동방지존 태극낭자’라는 단발성 애칭을 들고 나섰다.

한국 여자축구는 캐나다 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동아시안컵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위 중국과 4위 일본을 연파했다. 중국은 캐나다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랐고 일본은 준우승했다. 한국은 FIFA 랭킹 17위다. 한국 여자축구는 25년 전인 1990년 일본과의 첫 대결에서 1-13으로 졌고, 그해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는 0-8로 패했을 만큼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가 컸다.

국내 여자축구 저변은 좁다. 2014년 기준 등록 팀 수는 초중고교와 대학, 실업을 합쳐 78개, 등록 선수는 1705명이다. 일본은 등록 팀 1409개에 등록 선수 3만243명이다. 우리와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국내 여자축구 WK리그는 일본보다 20년 늦은 2009년에야 출범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지금과 같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여자 대표팀의 애칭으로 ‘들꽃’은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들꽃 코리아? 예쁜 꽃들이 넘쳐 나는데 하고 많은 꽃 중에 하필이면 이름도 없는 들꽃이냐? 이런 생각을 하는 태극낭자가 있을 수도 있지 싶다. 예를 들면 그렇다는 얘기다. 꽃이 됐든 뭐가 됐든 근사한 애칭이 하나 있으면 여자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나마 더 많아지지 않을까. 팬들이 여자 대표팀에 더 많은 애착을 가질 수도 있겠고….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윤덕여호#들꽃 코리아#여자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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