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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얼굴이… 많이 어두워졌더라고…” [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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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얼굴이… 많이 어두워졌더라고…” [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

이진구 기자 입력 2019-06-04 03:00수정 2019-06-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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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멘토 송기인 신부
송기인 신부가 사는 경남 밀양시 삼랑진에는 조선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인 김범우의 묘가 있다. 그는 이 묘를 돌보며 자칭 ‘능참봉’이라고 부른다. 그는 1978년 삼랑진성당 주임신부로 임명돼 4년 반 동안 근무한 이곳에서 사목직 은퇴 후 살고 있다. 밀양=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이진구 기자
《완벽한 대통령은 있을 수 없다. 그러기에 애정 어린 쓴소리가 필요하지만, 같은 편은 무조건 감싸고 반대편은 나쁘게만 보는 게 우리 정치현실이다. 정적(政敵)이라도 공정하게 대하고, 같은 편이지만 엄격하게 대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멘토’라고 불리는 송기인 신부(81)를 찾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2005년 사목(司牧) 일선에서 은퇴한 그는 경남 밀양시 삼랑진의 꽃향기가 좋은 시골마을에 살고 있다. 그는 부산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두 사람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고, 노 전 대통령에게는 세례를 줬다. 》

―문 대통령의 멘토라고 불리는데 당선되고 어떤 당부를 하셨습니까.

“멘토는 무슨…, 그냥 친구고 동지지요. 당선 직후에 전화가 왔는데 그냥 끊었습니다.” (당선자 전화를 끊었다고요?) “문 대통령 번호를 내가 알잖아요. 번호가 뜨기에 받지 않고 그냥 끊었지요. 다시 걸진 않더군요.” (덕담이라도 해주시죠.) “그런 말 안 해도 이해할 만하니까…. 나한테 전화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얼마나 바쁠 텐데. 일할 시간을 확보해주는 게 가장 위해주는 거죠. 나중에 봤을 때 ‘알았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때 왜 끊었는지 안다고…. 나중에 돈 모으지 말라, 친인척 관리 잘해라, 개혁은 끝까지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다른 사람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받아들이라고 했지요. 선거 때 찍지 않은 사람들을 모두 끌어안으려면 스스로 열려 있어야 한다고….”

―문 대통령은 열려 있다고 보십니까. 최근 들어 직접 발언하는 일이 많은데….

“얼굴이 당선 전보다 많이 어두워졌더라고요. 청와대 일이 많이 고된가 봐요. 답답해서 그럴 수도 있고…. 기다려 봐도 제대로 안되고, 시간은 자꾸 가고…. 간접적으로 그런 건의는 한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한 달에 한 번이나 정기적으로 국민에게 직접 말하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지난달 9일 KBS 대담을 하지 않았습니까?) “언론이 묻고 답하거나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을 통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걸 말하는 건데…. 옛날에 미국 대통령 중에 그런 걸 한 사람이 있어요.”

※그가 말한 것은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노변정담(爐邊情談·따뜻한 난롯가에서 허물없이 나누는 이야기)이다. 대공황으로 은행 파산 위기가 닥치자 루스벨트는 대규모 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은행 휴업을 선포했다. 그리고 라디오를 통한 첫 노변정담에서 자신을 믿고 은행에 돈을 맡겨달라고 호소했다. 이 호소가 먹혀서 미국 전체 은행의 75%가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루스벨트는 재임 중 30회에 걸쳐 노변정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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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과 열린 정치가 다소 상충되는 면이 있지 않습니까.

“잘못을 덮어 놓고 그냥 지나가면 사회가 발전할까요? 단지 제가 아쉬워하는 건 왜 좀 넓히지 못할까 하는 거예요.” (넓히다니요?) “저쪽 사람 생각이라도 좋은 건 채택해야 하는데 딱 금을 그어 놓고…. 예컨대 이명박 전 대통령 쪽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라고 하면… 그런 사람은 일절 안 쓰는 것 같아요. 이 정권이…. 거기도 좋은 사람이 없을 수가 없잖아요. 개방해서 그런 사람들을 찾아서 써야지요. 이건 (기사에) 쓰지 마이소. 마∼ 답답한 얘기 또 한다고 그럴 거예요. 하지만 그런 게 제 마음속에서 참 아쉬워요.”

―문 대통령을 최근에 만나신 게 언제입니까.

2007년 12월 청와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오찬장으로 가고 있는 송기인 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장(왼쪽).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비서실장이었다(뒤). 동아일보DB
“노 전 대통령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청와대는 가지 않아요. 작년 8월 초 대통령이 경남 진해 해군기지 안에 있는 휴양시설로 휴가를 왔는데 초대하기에… 그냥 하루 저녁만 먹고 왔지요. 문 대통령이 ‘하실 말씀이 많지요’라고 했는데 ‘없다’고 했어요.” (대통령이 듣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아닙니까?) “글쎄요, 이미 언론에 다 나오고 대통령 자신도 알고 있을 텐데 내가 또 말해봐야 뻔한 얘기를 또 하는 것 아니겠어요? 휴가 온 건데 좀 쉬는 게 낫지 않나 싶었지요.”

※당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드루킹 사건으로 인한 노회찬 전 국회의원의 자살 등 굵직한 이슈가 연이어 터질 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많았습니다.

“없는 사람들에게 최저임금 만 원 주자는 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현실이 안 되니까…. 줄 수 있게 정부가 만들었어야지요, 먼저…. 난 그게 참 아쉬워요. 자영업자나 중소영세기업들이 만 원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올려놓고, 그 다음에 올렸으면 어땠을까. 1, 2년 좀 늦어지더라도…. 그런 아쉬움이 있어요.” (대통령 만났을 때 조언을 좀 해주시지요.) “그 애긴 아까 했고….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이루고 싶었던 세상이 공평한 사회인데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단지 집집마다 전부 만 원씩 받는 게 공평사회가 아니지요. 어떤 사람은 더 받고, 어떤 사람은 덜 받아도 공평하게 느끼는 게 중요한 거거든요. 그걸 이루기가… 참 어려운 일인가 봐요.”

―현 정부 들어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11명이나 낙마했습니다.(마침 인터뷰 전날인 28일 대통령인사수석, 법제처장 등에 대한 인사가 있었고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전에 다른 데에도 ‘인사가 그렇게밖에 안 되나’ 그렇게 말한 것 같은데…. 사실 문 대통령만의 문제는 아니죠. 과거 노 전 대통령 때 사람을 추천한 적이 있는데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그러더군요. 결함이 없는 사람이 없는 거죠. 문 대통령한테 누굴 추천해본 적은 아직 없습니다.”

―그런 공직자의 결함이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왜 야당이었을 때는 그렇게 공격했던 겁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정말 꿈같은 생각인데…. 예컨대 보수 쪽이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을 쓴다면, 그 사람이 진보 정부를 도와주는 것 아닙니까. 보수 정부도 마찬가지겠지요. 자기 사람을 만들어 쓸 생각을 해야 할 건데…. 저쪽 편이어서 안 되고, 이래서 안 되고 그러면….” (우리 정치는 진영 논리가 너무 강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하는 말이지요. 진영이 달라도 좋은 능력을 가진 사람을 데려오면, 그 다음부터 자기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게 넓어지는 거고. 쉽지는 않겠지만….”

―현 정부가 많이 지적 받는 것 중 하나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불법·폭력집회를 계속하는데도 너무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입니다.

“불법·폭력집회는 확실하게 대응해야지요. 제가 좀 노조 편이 아닙니다. 놀랍게도…. 하하하.” (뜻밖입니다.) “며칠 전에 포항에서 노조 쪽 사람들을 만나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현대 같은 대기업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봉급 수준을 생각하면 귀족이잖아요. 그에 걸맞게 노동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얼마나 했고, 실제로 향상되고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노동자들도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아야 합니다. ‘몇 시간 더 일하니까 얼마 더 다오’ 이런 생각으로는 사회가 발전할 수 없지요.” (민노총은 스스로 촛불정부의 공신이라고 합니다만…) “(불법·폭력집회가) 무슨 촛불정신입니까?”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다 끝난 뒤에는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3년 후면 대통령 또 바뀌잖아요. 그 다음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에 한 일이 아니니까 좀 부담을 덜 가지고 해결할 수 있지 않겠어요.” (형량이 나오는 대로 다 옥살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정치권에는 두 전직 대통령 문제를 내년 총선과 연계한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는데요.

“난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거, 저 놀고 있는 국회 좀 없애면 안 되겠어요? 하하하. 저렇게 놀면서 세비는 다 받아 가잖아요? 너무 돈이 아까워….” (민주당 사람들에게 따끔하게 얘기를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민주당 사람들 난 잘 몰라요. 노 전 대통령 추도식도 난 당일은 안 가요. 그 전에 다녀오지.”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아십니까.) “전혀 모르고…. 본 적도 없고, 어디 사람인지도 몰라요.”

―꼭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물어보시고 (대답은 할 테니) 쓰지 말아 달라고 하면 안 쓰면 되겠지요, 하하하.” (지금 적폐청산에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복수는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음… 문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대통령은 몰라도 그 아래 사람들에게서는 보이는 것 같습니다.) “거기까지는 저도 자신이 없고….” 그는 한참 동안 멈춘 뒤 말을 이었다. “지금 소위 대통령 측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일을 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송기인 신부#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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