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노키아가 망한 이유는 혹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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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스마트폰 ‘루미아 1020’의 동영상 광고. 의미 없는 한국어 자막이 함께 나온다.
노키아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스마트폰 ‘루미아 1020’의 동영상 광고. 의미 없는 한국어 자막이 함께 나온다.
한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하던 노키아가 최근 유튜브에 올린 신제품 스마트폰 ‘루미아 1020’의 동영상 광고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이 광고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TV 광고로도 방영됐다. 내용은 이렇다.

‘TAEKFOTO’라는 읽기도 어려운 정체불명의 영문 대문자가 제목처럼 지나가고 민머리의 도복을 입은 무술인(이름은 REZ-TU-LO라고 나온다)이 가상의 무술을 가르쳐주는 화면이 등장한다. 젊은 남자의 외모는 중국인으로 추정된다. 검은색 복장도 중국 전통의상이다.

남자는 “사진 찍을 때 앞줄을 차지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겠다”며 언뜻 일본어처럼 들리는 ‘아도겐!’을 기합 소리처럼 외친다. 이어 계속 우스꽝스러운 무술을 보여주면서 주변에 둘러서 있던 사람들을 제친다. 다음 장면에는 영어로 ‘Why fight for the perfect shot(왜 완벽한 사진장면을 위해 싸우세요)?’이란 자막이 나오며 노키아 스마트폰 제품이 등장한다. 아마도 타사 스마트폰 카메라는 피사체를 잘 찍으려면 맨 앞줄을 차지하기 위해 무술이라도(?) 해야 하지만 자사 제품은 “멀리서도 줌 기능으로 선명하게 잘 찍힌다”는 메시지를 담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노키아는 애플이나 삼성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조롱하는 광고를 많이 내놓았다. 그런데 이번 광고를 포함해 누리꾼들은 “전략을 잘못 택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스마트폰 시장은 어느 회사 ‘운영체제(OS)’가 더 우수한가, 즉 애플리케이션 싸움이지 카메라 성능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는 고사하고 내용 자체도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 제목 ‘TAEKFOTO’부터 거슬린다. ‘Take photo’(사진 찍다)를 대문자로 크게 쓴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국 소비자들 중에는 “혹시 태권도 앞 글자를 따서 한국을 비아냥거린 것 아니냐”고 분노하는 사람이 많다. 자막도 거슬리기는 마찬가지.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했으면서도 맞춤법,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내용도 이상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그것은이상한그 아기 고양이 너무토마토를 갖는 종료 합법’ ‘내 모자에 빨간색과 보라색’ ‘당신은케첩을 원하는 않습니다’에서부터 ‘할머니 때문에 내 바나나의 고통에’ 같은 민망한 느낌을 주는 대사도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 문화와 아시아 전체에 대한 몰이해가 이 광고 한 편에 다 드러난다’ ‘자막이 엉망인데 글로벌 회사라는 곳이 인터넷 공짜 번역기를 돌려서 광고를 만든 거냐’ ‘보는 중국, 일본, 한국인 모두 기분이 상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1990년대 휴대전화 1등이었던 노키아가 왜 망했는지 이제야 알겠다’는 댓글들로 이어진다.

주지하다시피 노키아는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다가 최근 약 73억 달러를 받고 휴대전화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기기로 결정해 정보통신업계에 충격을 줬다. 1995년 한국 시장에 진출해 서울의 연구개발(R&D)센터와 경남 창원시 마산 생산 공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산 공장만 남아 수출용 단말기를 생산하고 있다.

어떻든 노키아 광고를 보면서 한때 잘나가던 회사의 말로(末路)가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한 한편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과 해외광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낀다. 결국 노키아는 소비자를 즐겁게 해주겠다고 만든 동영상 광고 한 편으로 한중일 3개국 소비자를 완전히 등 돌리게 했으니 말이다.

노지현 오피니언팀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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