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차진아]양도세-보유세 동시 중과세, 출구는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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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敵과 동지로 분열시켰던 참여정부의 실패한 부동산정책
현 정부가 그대로 답습하는 중
집 한 채 가졌다고 이를 악문 채 정권 끝나기만 기다리게 해서야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 경제에서 부동산 시장은 경기 활성화의 지표이자 경기 불황의 뇌관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경제 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고, 부동산 정책의 성패가 경제 정책 전반의 성패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컸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초기부터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계획·추진하며 시장에 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기본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같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왜 실패한 정책을 답습하는가? 정말로 그 정책이 최선이라 믿고 실패를 반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확신하는가? 아니면 임기 말이 아닌 임기 초이고 차기 정권에서도 민주당이 계속 집권해 이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성공할 것으로 확신하는가?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개입조차도 시장의 논리에 맞는 정책이어야 한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 정책이어야 한다. 시장을 설득한다는 것은 시장의 공급자와 수요자, 즉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다. 다만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는 국민, 부동산의 공급자와 수요자인 국민이 대상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시장을 (보다 정확하게는 시장에 참여하는 국민을) 설득하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논리는 이익의 논리라서 부동산 소유자에게 불리한 정책은 설득이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부동산 소유자가 아닌 다른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러한 논리는 부동산 소유자와 그렇지 않은 서민들을 대립 구도에 놓는 이른바, 경제적 양극화를 조장하는 것이며, 그 배후에는 카를 슈미트적인 ‘적과 동지’의 구별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켜야 할 정부가 오히려 분열, 대립시키고 심지어 적대적인 관계로 만드는 것은 과거 영호남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설령 다수의 지지를 얻어 극단적인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성공했다고 치자. 과연 그것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가? 얻는 것은 집 없는 서민들의 잠시의 만족감이고, 잃는 것은 국가의 통합과 미래의 발전이다. 실제 6억 원(또는 9억 원) 이상의 집 한 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스스로가 부자라고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들을 부자 집단에 넣고 이들에게 중과세를 통해 정부가 생각하는 서민 집단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정책 목표인가? 정부의 정책 목표는 하향 평준화가 아닌 상향 평준화여야 하지 않는가?

과거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그 목표가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다. 부동산 투기를 막고 현재의 부동산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면 양도세 및 개발이익환수제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 그러나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부동산 거품을 빼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재편하고자 한다면, 보유세를 강화하되 양도세 등 거래세 부담을 대폭 낮춰서 부동산 소유자들이 다주택 보유를 포기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양도세와 보유세를 동시에 강화함으로써 출구를 막아버렸다.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해 보유세만 강화하고 양도세를 낮춤으로써 여러 개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부동산을 처분하여 공급이 늘고 부동산 거품이 빠질 수 있도록 하는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그 결과 부동산 소유자들은 이를 악물고 노무현 정권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정책이 시장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 한 것이 아니라 시장을 무시하고 무너뜨리려 한 결과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부동산 정책은 이와 무엇이 다른가?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다 강한 정책으로 시장을 억누를 경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것일까?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도세#보유세#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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