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상준]문재인 싱크탱크 500명, 당당히 이름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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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측 “공개 원치않는 사람 있어”
‘자리 욕심’ 오해 피하고 싶다면 신분 스스로 밝히고 참여해야

한상준·정치부
한상준·정치부
 6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은 교수 전문가 등 500여 명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2012년 대선 당시 각 후보 진영에서 활동했던 전문가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많은 규모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박원암 소장은 “명단을 보고 싶다. 정말 교수, 전문가가 500명이 모였다면 대단한 것이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 진영에서도 “우리가 접촉했던 전문가들이 ‘국민성장’에 포함됐는지를 알아보고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문 전 대표 측은 참여한 전문가들의 명단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출범 당일 명단 공개를 검토했다가 접었다. 그 대신 각 분과위원장, 추진단장 등 23명의 명단만 밝혔다. “합류하겠다는 전문가가 계속 늘고 있고, 언론에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는 이들도 있다”는 게 이유다. 

 좁은 교수 사회 내에서 이런저런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게 싫을 수도 있겠지만 대선 후보의 정책 노선을 만들고, 관철하겠다는 현실 참여 의지를 갖고 있다면 이름 공개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유력 대선 주자의 싱크탱크가 내놓는 정책은 해당 후보가 당선되면 곧 국가 정책이 된다는 측면에서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국민성장’에 이름을 올린 전문가들에 대해 싱크탱크 실무를 총괄하는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100% 자발적 참여”라고 했다.

  ‘국민성장’ 자문위원장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심포지엄에서 “희생하고 봉사해서 나라를 건지겠다는 구국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변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 ‘국민성장’은 그런 결사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또 ‘국민성장’에 참여한 전문가들에게 “사심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심을 가진 분들은 일절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당선될 경우) 입각 등 다른 욕심을 내지 말라는 경고”라고 말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한 은밀한 줄 대기나 ‘입신양명을 꿈꾸는 폴리페서(정치 참여 교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참여한 전문가들 스스로 당당히 이름을 밝히는 것이 맞다.

한상준·정치부 alwaysj@donga.com
#문재인#싱크탱크#명단#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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