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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코로나 기부’[횡설수설/서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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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코로나 기부’[횡설수설/서영아]

서영아 논설위원 입력 2020-03-14 03:00수정 2020-03-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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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7979명 vs 일본 675명. 어제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다. 일본 숫자에 요코하마항에 정박했던 크루즈선 확진자 706명을 더해도 1381명이다. 숫자에는 함정이 있다. 누적 진단 건수가 9일 기준으로 한국 20만7776건, 일본 8286건으로 한국이 25배가량 많다. 한국이 하루 1만7000여 건씩 진단검사를 진행하는 사이 일본은 하루 수백 건만 검사해 왔다. 검사 대비 양성 확진율은 한국이 3.7%, 일본이 6.6%다.

▷코로나19를 놓고 양국의 대응은 180도 달랐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검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표한 데 비해 일본은 검사 자체를 자제했다. 한국이 확진자를 음압병상에 넣고 동선을 샅샅이 공개하며 시민들의 자가 격리를 유도할 때, 일본 정부는 ‘의심 증상이 있으면 집에서 요양하고 3일 이상 열이 난 경우에만 병원에 가라’고 했다. 코로나19를 감기처럼 여겨 중증인 경우 치료하지만 굳이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말 잘 듣는 일본인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정부 시책에 고분고분 따랐다. 급기야 ‘검사 억제는 일본 정부의 영단(英斷)’이라며 한국과 이탈리아가 철저한 검사 탓에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고 진단한 기사조차 등장했다(11일 ‘비즈니스 저널’).

▷손 마사요시(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선의도 바로 이 ‘의료 붕괴’ 논리에 밀려났다. 그는 11일 트위터를 통해 “불안을 느끼는 분들에게 우선 100만 명분 진단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2시간 만에 철회했다. 비난은 ‘의료기관에 과잉 부담이 된다’거나 ‘한국 같은 의료 붕괴를 원하는가’에 쏠렸다. 역설적이지만 한국의 신속검사 시스템은 세계의 찬사를 듣는 한편으로 한동안 ‘중국에 이은 확진자 2위 국가’ 오명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19 사태도 언젠가는 끝난다. 그때쯤이면 한국과 일본의 대처 방식 중 어느 쪽이 현명했는지 가려질 것이다. 당장 한국의 선진 진단검사 기술에는 각국으로부터 협조 요청이 오고 있다. 일본은 인구의 28.4%가 65세 이상 고령자여서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할 수도 있다. 그래도 7월로 예정된 도쿄 올림픽을 어떻게든 무사히 치르고 싶은 염원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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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손정의 회장. 그는 한 팔로어가 “진단검사보다는 마스크를 나눠주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올리자 만 하루 반 뒤 “합시다. 마스크 100만 장 기부합니다. 간병시설과 개업의에게. 해외 공장에 주문 완료”라고 화답했다. 공동체를 도울 의사와 능력 모두를 갖춘 그는, 망설임도 기죽는 일도 없어 보인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
#코로나 기부#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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