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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년제[횡설수설/서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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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년제[횡설수설/서영아]

서영아 논설위원 입력 2020-01-23 03:00수정 2020-0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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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 곳이라 걱정인데, 자유학년제라고 그냥 두면 안 되겠죠?”

아들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른바 ‘교육특구’로 이사했다는 한 엄마가 맘카페에 이런 걱정 글을 올렸다. 다른 엄마들의 이구동성 조언은 자유학년은 선행학습에 절호의 기회라는 것. “좀 세게 돌리면 고2 수학까지 뗄 수 있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자유학년제의 원조는 2016년부터 전면 실시된 자유학기제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의 미래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중학교 과정 한 학기를 시험의 압박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잠재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우게 한다는 취지의 제도. 오전만 교과수업을 하고, 오후엔 진로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등 체험학습에 나선다. 일제고사 형태의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는다. 올해 전국 중학교의 96.2%가 이 자유학기제를 1년으로 늘린 자유학년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자유학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학교들은 기업과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진로체험 활동 프로그램을 짠다. 학생들은 직업체험을 위해 관공서나 시장을 찾아가기도 하고 베이커리나 바리스타 실습을 하러 다닌다. 영화에서나 보던 헬기 조종석에 직접 앉아보고는 ‘조종사’라는 새 꿈을 얻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별 준비 상황은 들쭉날쭉하다. 교실에서 비디오나 틀어주고 구색만 맞춘다거나 아이들이 시간만 낭비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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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은 무엇보다 학력 저하를 걱정한다. 1년간 시험이 없다 보니 학생들이 자기 실력을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고 해이해지기 쉽다는 것. 시범 실시된 자유학년제를 거친 중3 학생 엄마는 “(아들이) 2학년 올라가서 중학교 첫 시험을 보고는 지난 1년을 후회하더라”며 “학습 리듬을 아예 놓쳐 상위권과 격차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한 대형 학원 원장은 “중1 수학이 중요한데 이걸 놓치고 중2가 돼 버린 학생들 사이에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교육열 높은 지역에서는 고등학교 진도까지 선행학습으로 끝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인다.

▷불안한 엄마들은 사교육 시장에 눈을 돌린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가 막막한 학생들도 다르지 않다. 요즘 학원들은 자유학년제에 대비해 선행학습은 물론이고 학교 대신 시험을 보고 등수를 알려준단다. 한 학원장은 “자유학년제가 전면 실시된다니 등록 학생이 20% 정도 늘었다”고 했다. 사교육에 유리한 환경의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학력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결국 공교육의 빈자리를 사교육 시장이 메우는 것일까. 이래저래 학원밀집지역 집값만 더 올리는 것 아닌지도 걱정된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


#자유학년제#자유학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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