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도발할수록 대응 낮추는 靑… 안보 컨트롤타워 정상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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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 대응과 관련해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근본적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외무성 국장 담화의 거친 막말에 대해 “단어 하나하나, 어감까지 일일이 대응하는 게 맞는 것인지…”라며 “결국 연합훈련이 끝나면 (북-미)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이래 북한의 다섯 차례 도발에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도 주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또는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통해 대응해 왔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을 하면 할수록 우리 정부의 대응 수위는 오히려 낮아졌다.

지난달 25일 북한의 도발에 청와대는 예정돼 있던 정례 NSC 상임위에서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31일엔 긴급 NSC 상임위를 열어 강한 우려와 함께 ‘철저한 대비태세’를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청와대는 8월 들어 세 차례 도발엔 NSC 상임위도 아닌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열었다. 10일 도발엔 화상으로 회의를 열었다.

청와대로선 북한 도발에 민감하게 대응하면 더 큰 도발을 낳아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대응을 자제하며 물러설수록 북한은 기고만장해지고 못된 버릇은 더욱 고약해진다. 북한이 그제 남측을 향해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막말과 조롱을 퍼부은 것도 결국 이런 물렁한 대응이 자초한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북한이 대미 협상엔 나가겠다는 뜻을 비쳤으니 다행이라는 태도다.

2년 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강경 대응이 맞부딪치면서 한반도는 전쟁 직전의 위기로 내몰렸다. 하지만 미국의 단호한 대응과 제재 강화가 결국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만들었다. 더욱이 지금의 도발은 우리를 겨냥한 단거리 위협이다. 그런데도 한마디 못하니 국민적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내고 있다.

이제 북한의 도발은 일상화됐고 미국은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국방부든 외교부든 외교안보 부처는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국가안보실은 북한 달래기에만 매달리면서 정작 강온 조절이 필요한 한일 갈등에는 강경 일색의 목소리를 선도하고 있다. 과연 이 정부에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도발#미사일 도발#청와대#안보 컨트롤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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