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시동 안 걸려… 재범률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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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22> 美의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음주 시동잠금장치 시연-정기점검 11월 27일 미국 댈러스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업체 ‘드레가’ 
서비스센터에서 기자가 음주운전 측정기를 불 준비를 하고있다. 직원이 든 얼굴인식 소형 카메라를 바라보며 숨을 불었다가 들이마시는 
방식이다(위쪽 사진). 잠금장치가 달린 차량 운전자는 매달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사용기록을 제출하고 점검을 받아야 한다. 
댈러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음주 시동잠금장치 시연-정기점검 11월 27일 미국 댈러스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업체 ‘드레가’ 서비스센터에서 기자가 음주운전 측정기를 불 준비를 하고있다. 직원이 든 얼굴인식 소형 카메라를 바라보며 숨을 불었다가 들이마시는 방식이다(위쪽 사진). 잠금장치가 달린 차량 운전자는 매달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사용기록을 제출하고 점검을 받아야 한다. 댈러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지난달 27일 오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드레가(Draeger)사 서비스센터. 이 업체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IID·Ignition Interlock Device)’를 만들고 관리하는 회사다. 마침 센터 작업장에 시동잠금장치가 달린 픽업트럭(차량 뒷부분 덮개가 없는 소형 트럭)이 있었다. 한 직원이 차량에 설치된 기록장치를 컴퓨터와 연결해 시동잠금장치의 사용기록을 내려받았다.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는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기를 불어서 단속기준을 넘기면 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장비다. 법원은 음주운전 유죄판결 때 이 장치 부착 명령을 함께 내린다. 마치 성범죄자에게 재범 방지를 위해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해당 운전자는 매달 서비스센터로 차량을 가져와 사용기록을 제출한다.

○ 들숨과 날숨까지 꼼꼼하게 측정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는 미국의 대표적인 음주운전 예방정책이다. 미국 전체 50개 주와 특별시(워싱턴) 전역에서 시행 중이다. 특히 음주운전 재범률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는 약 20개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업체가 영업 중이다. 드레가사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업체다. 미국 시장 점유율이 약 20%로 상위 3개 업체 중 하나다.

드레가사 실습실에선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 크게 얼굴인식 소형 카메라, 음주측정기, 사용기록 장치로 구성됐다. 먼저 얼굴인식 카메라를 바라보고 인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인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기를 불거나 최초 인식 얼굴과 다른 사람이 불면 작동하지 않는다. 음주측정기의 소형 액정화면에 측정 준비가 끝났다는 메시지가 뜨면 3∼5초 숨을 세게 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삐’ 소리가 울리면 다시 숨을 들이마신다. 잠시 후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메시지가 나오면 시동을 걸 수 있다.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마시는 이유는 사람이 불고 있는지 정확하게 가리기 위해서다. 이를테면 풍선에 알코올 성분이 없는 공기를 넣어놨다가 측정기에 불어넣어도 소용이 없다. 기록장치는 운전자가 건드릴 수 없게 차량 내부에 설치돼 있다.

시동잠금장치 규격은 주정부에서 정한다. 멜리사 레이 드레가 미국지사 이사는 “미네소타 등 일부 주에서는 차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까지 할 수 있다. 음주가 가정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차량 추적을 하는 것이다. 기록장치의 개인정보는 업체가 관리만 하고 법원에서 요청이 있으면 제출한다”고 말했다.

○ 장치설치 비용 운전자 부담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는 1986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처음 도입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자동차법(Vehicle Code)에 따르면 차량국(DMV)은 법원 결정에 따라 최소 6개월에서 최대 4년간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의무 설치를 명령할 수 있다. 설치는 법원 판결 후 30일 안에 해야 한다. 면허정지 기간 동안 달고 있어야 한다. 설치 및 대여비용(약 50∼60달러)은 운전자 부담이다.

처음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체포된 경우 단순적발(기준 혈중 알코올 농도 0.08%)이면 6개월 동안 운전을 할 수 없거나 운전을 하려면 같은 기간 시동잠금장치를 달고 운전해야 한다. 인명피해가 있으면 의무적으로 1년간 달아야 한다. 10년 이내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다가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의무장착 기간이 2년, 3회는 4년으로 늘어난다.

만약 운전자가 장치를 떼어내거나 조작하면 최대 금고 6개월과 벌금 5000달러(약 540만 원)의 처벌을 받는다. 장치가 달려 있지 않은 차량을 운전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시동잠금장치의 측정기를 대신 불도록 했을 때 또는 요청만 해도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30일 안에 설치를 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정책 시행 후 캘리포니아주 운전면허 소지자 10만 명당 음주운전 적발은 2003년 809건에서 2013년 651건으로 19.5%나 줄었다. 같은 기간 음주운전 사망자와 부상자도 각각 17.2%, 24.3% 감소했다. 재범률 감소 효과도 뚜렷하다. 미국에서 인구 대비 시동잠금장치 설치율이 가장 높은 뉴멕시코주의 경우 대상 운전자의 재범률이 그렇지 않은 운전자보다 6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니 모 캘리포니아주 차량국 운전면허 총괄 매니저는 “음주운전 1회 단순적발 때도 반드시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는 의무장착제를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데 2019년 1월 주 전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댈러스·새크라멘토=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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