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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외고 가래요”… 고딩만큼 고달픈 ‘타임 푸어’ 초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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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외고 가래요”… 고딩만큼 고달픈 ‘타임 푸어’ 초딩들

노지원 기자, 장윤정 기자 입력 2016-04-04 03:00수정 2016-04-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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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행복원정대/초등 고학년의 행복 찾는 길]<1> 우리 마음 어른들은 너무 몰라요… 초등 4∼6학년들의 카톡 대화
4∼6학년 어린이동아 기자들이 말하는 초등 고학년의 일상과 행복
‘뭔가를 털어놓을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해.’ ‘맞아. 솔직히 요즘은 놀이터에도 놀 친구가 없는데ㅠㅠ(울음 표시).’ ‘ㅇㅈ(인정의 줄임말).’

모바일 메신저의 단톡방(단체 채팅방)에 초대된 초등 4∼6학년생들은 행복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초등 고학년과 그의 어머니까지 128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해석하면서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긴 취재팀은 ‘어린이동아’ 기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초등 4∼6학년 전현직 기자 등 8명이 손을 내밀었다. 3월 23일부터 3일간 ‘초행길’ 단톡방은 이들의 뜨거운 수다로 들썩였다.

4∼6학년 어린이동아 기자들이 말하는 초등 고학년의 일상과 행복
○ 10대 초딩은 ‘타임 푸어’…대화가 고프다

▽4학년 남학생(4남)=오후 6시 반∼9시 반에야 일과가 끝나. 숙제하고 나면 밤 12시를 자주 넘겨.

▽6학년 여학생(6여)=학원 끝나면 너무 늦어서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숙제하는 친구들도 많아. 친구들하고도 학원과 학원 사이에 카톡(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게 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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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여=이번 주 내내 친구들이랑 놀려고 일정을 잡다가 시간이 안 맞아서 결국 취소했어.

취재팀이 심층 인터뷰한 128명은 행복에 필요한 조건으로 ‘화목한 가정’(83명)에 이어 ‘자유시간’(17명)을 꼽았다. “자고 싶다” “친구들과 실컷 놀고 싶다”거나 “학원 시간 좀 줄여 달라”는 아이들이 많았다.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타임 푸어(time poor)’ 현상은 단톡방의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학원을 8개(방과후학교 포함) 다니는 ‘어린이동아’ 기자도 있었다. 또래와 맘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그만큼 그립고 고팠던 걸까. 학원 일정을 피해 가며 어렵게 시간을 정해 단톡방에 모인 이들은 1초도 허비하지 않았다. 채팅이 끝나갈 때쯤에는 “10분밖에 안 남았다”, “이제 5분” 하고 카운트다운을 하며 아쉬워했다.

4∼6학년 어린이동아 기자들이 말하는 초등 고학년의 일상과 행복
○ 최대 고민은 성적-친구-외모

10대 초등학생들과 부모 사이 갈등의 불씨는 성적이었다. 단톡방 아이들은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다 우리를 위한 거라는 것 안다”면서도 부모는 물론이고 조부모로부터 받는 압박감이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초등 고학년들의 주관적 행복도(5점 만점에 4.55점)가 엄마가 예상한 점수(4.09점)보다 높게 나온 결과에 대해선 “학원에 가라고 한 건 부모님인데 정작 부모님 눈에도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푸념했다.

▽4여=엄마가 외국어고 가라고 하셔.

▽4남=우리 엄마도 외고, 과학고를 가는 걸 목표로 삼으라고 하셨어.

▽5여=특정 고교를 나오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더라고. 부모님도 학창시절 공부 잘한 친구가 지금도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던데.

▽6여=내 친구는 아빠한테 칭찬받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데 행복하지 않대. 요즘은 할머니까지 공부에 간섭을 하신다나.

여학생들은 친구관계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심리전에 괴로워했다.

▽6여
=행복하지 않은 건 여자애들 같아. 남자애들은 항상 해맑아.

▽5여=남자애들은 두루두루 노는데 여자애들은 편을 가르니깐 아무래도.

▽5여=나도 왕따를 몇 번 당했어. 좀 심하게. 키 작다고, 못생겼다고 등등.

▽6여=어떤 친구를 아예 없는 것처럼 투명인간 취급하고…. 카톡으로 친구 험담하는 걸 캡처해 놓기도 하고, 카스(카카오스토리) 쪽지로 친구 욕하는 것도 봤어.

대화는 자연스레 외모로 흘러갔다. ‘인기남 인기녀’와 ‘왕따’를 가르는 기준도 외모라고 했다. 그렇다고 너무 예쁘면 재수 없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10대 초등생들의 학교생활, 정말 쉽지 않다.

▽6여
=친구들이 어른 되면 성형하고 싶대. 화장하지 말라고 해도 예쁘지 않다고 놀림 받는 애들은 그게 콤플렉스인가 봐.

▽5여=우리 엄마는 수능 끝나면 시간 많다고 메이크업 학원 보내준대. 아, 멀고 먼 미래.

4∼6학년 어린이동아 기자들이 말하는 초등 고학년의 일상과 행복
○ 가끔은 외로워…“‘걱정인형’이 필요해”

심층 인터뷰에서는 아이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정도가 ‘전혀 외롭지 않다’(1점)와 ‘조금 외롭다’(2점)의 중간 수준인 1.7점으로 나왔다. 단톡방 학생들에게 “외로움을 느끼느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그렇다”는 답변이 터져 나왔다.

▽4남=학원에 늦게까지 혼자 남아있을 때, 조금 울고 싶고 집에 가고 싶어.

▽6여=친구들 보면 그 외로움을 스마트폰이나 게임으로 푸는 것 같아.

▽5여=ㅇㅈ

단톡방 학생들은 ‘가족은 포근한 이불’이라며 화목한 가족이 행복의 필수조건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가족만으로 가슴속 고민이 전부 해결되는 건 아닌가 보다.

▽4남=가족도 좋지만 걱정인형이 있었으면 좋겠어. 걱정을 말하면 해결해 준다는 인형.

▽4여=가족에게 털어놓기 싫은 걱정도 있지. 친구, 시험, 좋아하는 아이.

▽6여=친구랑 있을 때 더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애들도 많아.

몸과 마음 모두 큰 변화의 파도를 마주한 10대 초등학생들에게 행복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나눌 기회가 절실해 보였다.

▽6여=행복을 만들 수 있는 요소는 많은데 그걸 찾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

▽5여=오늘 가족들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야겠어.

▽4여=또래의 마음을 잘 알게 돼서 좋았어. 이렇게 우리 오늘 이후로도 카톡방 만들면 안 될까?

장윤정 yunjung@donga.com·노지원 기자
#초딩#타임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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