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글로벌 인사이더]트럼프의 미국, 오바마의 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6일 15시 10분


코멘트
정미경 기자
정미경 기자
20일이면 버락 오바마에서 도널드 트럼프로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 바뀐다.

지금쯤 오바마 대통령은 아마 짐을 다 싸고 휑한 웨스트윙 집무실에 앉아 지난 8년간을 되돌아보며 자기 성적표를 매기고 있을 것이다.

미국 언론이 매긴 오바마 대통령의 성적표는 평균 B+정도 되는 듯 하다. 오바마 행정부에 호의적이었던 '뉴욕타임스', 'CNN' 등은 A- 정도 점수를 줬고, '폭스뉴스'처럼 오바마 행정부와 각을 세웠던 언론은 C 정도의 박한 평가를 했다.

재임 내내 오바마 대통령의 골머리를 앓게 한 것은 국내적으로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총기규제 등이 있었고, 국제관계에서는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철군, 시리아전 개입, 북핵 문제 등이었다.


그가 성공한 대통령인지, 실패한 대통령인지는 후세가 판단하겠지만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실정(失政)은 오바마케어도 이라크 철군도 아닌 사회 전반에 미국 쇠퇴론을 자리 잡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초강대국 파워가 추락하고 있다는 논리는 베트남전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시절 큰 관심을 끌었다. 많은 학자들은 '미국은 과연 한물 간 나라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포린어페스어스' 같은 외교 잡지는 특집호를 만들어 이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손을 떼고 다른 나라 분쟁에 개입을 하지 않으려는 소극적 외교정책과 큰 폭의 재정적자를 유발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사회안전망 정책은 미국 쇠퇴론에 불을 당겼다. 이는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오바마 대통령은 급기야 2012년 국정연설에서 "미국은 절대 지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강변했다.

미국 쇠퇴론이 힘을 얻게 된 것은 '중국의 급부상'과 관계가 있다. 2000년대부터 가속화된 중국의 경제적 팽창의 영향으로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를 의미하는 '주요2개국(G2)'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쓰였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은 미국을 추월해 최강대국으로 올라설 것은 분명하다. 단지 몇 년이 걸릴 것인지가 문제'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았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는 유권자의 '2등 국가' 불안심리를 잘 파고들어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의 예상대로 취임 전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 철회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과연 미국은 2등 국가로 전락할 것인가. 미국에서는 속속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을 초강대국을 만든 것은 단지 군사력, 경제력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치, 인권,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 같은 무형의 국가자산에서 아직 중국은 미국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미국이 만든 세계'의 저자이자 신보수 진영의 거두인 로버트 케이건은 "중국이 미국을 따라 오려면 최소 반세기는 지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을 멀리 하겠다는 트럼프의 전략이 위대한 미국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보다는 중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미국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트럼프가 말하는 위대한 미국의 정체가 뭔지, 트럼프의 미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다만 벌써부터 트럼프의 돌발행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