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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부활의 노래]<3>‘국민 소주’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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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부활의 노래]<3>‘국민 소주’ 진로

입력 2009-04-01 02:58수정 2009-09-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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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차 85세 두꺼비, 다시 일어섰다

1997년 부도 아픔, 참이슬 신화로 극복

내달 재상장 앞두고 제2의 비상 꿈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마실 수 있어 왠지 친근한 소주. 하지만 소주의 한자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소주는 한자로 불사른다는 ‘燒’와 진한 술이라는 ‘酎’로 이뤄졌다. 그냥 술(酒)이 아닌, 진한 술이다.

올해로 창립 85주년을 맞은 국내 1위 소주회사 ‘진로’도 한국인에게는 진하고 애틋한 감정을 갖게 하는 회사다. 긴 세월 서민의 시름을 달래줬던 진로가 1997년 쓰러졌을 때, 2003년 상장이 폐지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한국인은 일부러 진로소주를 사 마셨다. 그간 희로애락을 함께한 ‘두꺼비 소주’를 외국 자본에 빼앗길 수 없다는 오기 같은 공감대가 있었다. 덕분에 진로는 2005년 9월 법정관리를 끝내고 살아났다. 그리고 현재는 ‘제2의 신화’를 꿈꾸고 있다. 진로는 어떻게 부활하려고 하는가.

○ 참이슬 신화로 이룬 첫 번째 회생

한때 진로는 정말 ‘잘나갔다.’ 1924년 평남 용강군에서 ‘진천양조상회’로 시작해 6·25전쟁 이후 남한으로 옮겨온 후 1970년 국내 소주시장 1위로 등극했다. 초창기 원숭이에서 1955년 복(福)을 상징하는 두꺼비로 제품 심벌을 바꾼 후 ‘진로=두꺼비=복’이란 공식이 통용됐다. 하지만 진로는 욕심을 부렸다. 1988년 주류회사 이미지를 탈피한 경영다각화를 선언하고 유통, 전선, 제약, 건설, 유선방송 등에 잇따라 진출한 것. 1997년 24개 계열사와 그룹 매출 3조5000억 원으로 재계 20위권에 진입했다. 무리한 기업 확장의 대가는 혹독했다. 소주 팔아 생기는 현금유동성을 믿고 은행 대출을 받았다가 1997년 9월 부도를 맞았다. 2003년 5월부터 2005년 9월까지는 법정관리라는 암흑기를 보냈다. 정든 직장동료가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진로를 살아나게 한 건 바로 ‘참이슬’ 소주다. 1998년 10월 세상에 선보인 이 술을 들고 회사 임직원들은 무조건 거리로 나갔다. 참이슬이 ‘마지막 희망’이었지만 광고 판촉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말단 직원부터 사장까지 주점과 식당 등을 찾아가 일을 거들며 제품을 권한, 치열한 ‘육탄 마케팅’은 성공했다. 법정관리 중에 창사 이래 최고의 시장점유율(55.4%)을 기록했다. 기업(진로)이 하나의 성공 브랜드(참이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예로 경영학 강의의 단골 메뉴가 됐을 정도다.

○ 계속되는 도전, 부활은 계속된다

진로를 부도에서 구해낸 참이슬(알코올도수 23도)은 당시 25도이던 소주 시장에 ‘저도화(低度化)’를 주도했다. 참이슬은 ‘독한 술’이란 소주의 이미지를 ‘부드럽고 깨끗한 술’로 바꿔 놓았다. 하지만 2006년 두산주류(현 롯데주류)는 20도의 ‘처음처럼’을 내놓았다. 처음처럼의 깔끔한 이미지, 젊은층을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에 진로는 곧바로 타격을 입었다. 2007년 1월 51.1%였던 진로의 시장점유율은 같은 해 5월 45.3%까지 떨어졌다. ‘제2의 위기’였다.

이때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30년 가까이 하이트맥주에 몸담았던 윤종웅 사장이 2007년 4월 진로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 하이트맥주를 2위 기업에서 1위 기업으로 끌어올렸던 윤 사장은 취임 4개월 만에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50%대로 끌어올렸다. 진로는 지난해 재상장을 추진했으나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쳐 올해 5월로 연기한 상태다. 진로의 고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보면서 재상장을 무리 없이 준비 중”이라며 “기업가치를 만족스럽게 평가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로는 지난달 알코올도수 18.5도의 ‘진로제이’를 선보였다. 진로는 이제 ‘처음처럼’을 인수한 롯데주류와 경쟁해야 하고, 와인 사케 등 외국 술과도 싸워야 한다. ‘영원한 1위는 없다’,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진로의 캐치프레이즈는 임직원들에게 있어 결코 번드르르한 문구가 아니다. 부활을 위한 치열한 생존전략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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