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4년 만에 다시 찾은 미국 현대차 위상 높아졌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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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예일대에서 1년간 연수를 받고 있는 본보 석동빈 기자(차장)가 현지의 자동차 소식을 연재합니다. 자동차를 오랫동안 담당해 오면서 레이서로도 활동해온 석 기자는 미국에서 경험한 자동차 관련 문화, 트렌드, 에피소드 등 다양한 내용의 칼럼을 보내올 예정입니다. 》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삼성그룹을 추월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물론 삼성그룹의 주력인 정보기술(IT) 분야가 부진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현대·기아자동차의 약진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직접 본 현대·기아차의 활약은 기대 이상입니다. 특히 현대차 ‘쏘나타(YF)’는 흔할 정도로 많이 보입니다. 사는 곳이 저소득층이 많은 곳이라서 그런 게 아니냐고요. 기자가 정착한 곳은 예일대 부근인 코네티컷 주 노스헤이븐으로 전형적인 미국의 중산층 주거지입니다. 뉴욕 맨해튼과 자동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으로 주택 가격은 보통 4억∼6억 원, 2010년 가계 평균소득은 약 10만 달러입니다. 실업률과 범죄율이 미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고 백인의 비율이 높습니다.

이곳에서 쏘나타가 많이 보인다는 것은 현대차가 주로 저소득 계층에게 소형차를 팔던 데서 중산층에게 중형차를 파는 브랜드로 질적 성장을 했다는 뜻이죠.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80가구인데 쏘나타 3대를 비롯해 현대·기아차가 10대 정도 됩니다. 2007년 미국에 출장을 왔을 때 ‘쏘나타(NF)’는 물론이고 현대차를 보기가 힘들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현대차의 올해 미국 누적 자동차 시장점유율은 9.1%에 이르러 일본의 혼다도 제쳤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한국 자동차의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라고 봅니다. 그동안 뒤처져 있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디자인과 성능을 개선한 자동차를 내놓기 시작했고, 일본 브랜드 역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ABC, NBC, CBS 등 미국 주요 방송에선 지금 미국과 일본 브랜드 자동차의 광고가 도배되다시피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워진 디자인과 높아진 연료소비효율,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더군요.

올해 미국의 자동차시장 규모는 1300만 대로 예상됩니다. 한국의 10배 정도 수준이죠. 지난해 1160만 대보다는 약간 늘어난 셈이지만 10년 전 1800만 대에 육박하던 전성기와 비교하면 기세가 꺾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동차시장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성공이나 평가는 곧바로 세계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제 미국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기 시작한 현대·기아차의 자동차가 삼성전자의 TV나 휴대전화만큼 확고하게 자리 잡으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는 생각입니다. ―미국 노스헤이븐에서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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