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CEO]종이 방화문 개발…안태호 솔나노켐 사장

  • 입력 2001년 10월 9일 18시 54분


불이 붙지 않는 특수종이가 개발됐다.

벤처기업인 솔나노켐은 섭씨 1000도의 온도에도 타지 않는 종이 ‘하니컴’ 개발에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그동안 불에 타지 않는 다양한 소재가 개발됐으나 일반 종이를 처리해 불연재(不燃材)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이가 타지 않는 원리는 간단하다. 일반 종이를 액체 유리같은 특수 무기질 재료에 푹 담근다. 여기에 불을 붙이면 두께 1㎜당 수백개의 거품이 생겨난다.거품 사이에 생긴 공기가 열을 차단,1000도의 온도에도 거품만 생겨날 뿐 더 이상 타들어가지 않아 1시간이상을 견딜 수 있다는 것.

솔나노켐이 갖고 있는 국제 특허가 바로 종이에 무기질을 코팅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페인트칠처럼 종이에 무기질을 바르는 것이 아니라 10억분의 1m 극소물질을 제어하는 나노기술을 적용해 분자단위의 종이입자에 코팅하는 기술이다.

불에 타지 않는 종이가 손쉽게 이용될 수 있는 상품이 방화문 분야.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석면소재에 비해 훨씬 가벼우면서 열차단효과도 뛰어나지만 가격은 3분의 2수준이라는 게 솔나코켐측의 설명.

벌써 세계적인 방화문제조업체인 미국 젤드웰 등이 이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어 내년에는 50억원이상의 매출은 무난할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한다. 안태호(安泰鎬) 사장(45)은 “불에 타지 않는 종이는 우리가 보유한 원천기술을 응용한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며 “이 기술을 믿지 않는 사람이 많지 않아 쉽게 상품화할 수 있는 분야로 방화문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전형적인 연구소벤처인 솔나노켐의 직원은 모두 12명. 그러나 이들 연구원들 대부분이 10년가까이 한우물만 파온 베테랑들이다.

경영학과 출신인 안 사장은 이들이 오직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한다. 그동안 연구비에 쏟아부은 금액만 60억원이 넘는다.

그는 90년 ㈜대우에 입사한지 1년 만에 적성에 맞지않는 샐러리맨생활을 박차고 나와 오퍼상을 차려 독립했다. 미국의 화학회사로부터 화섬지,필터 등을 국내에 들여와 1년에 10억원이상 수익을 올렸다. 30대 초반 애송이 사장에게는 상당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안 사장을 깜짝 놀라게 하면서 ‘배를 아프게 하는’ 품목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500원밖에 안하는 정수기 활성탄 필터가 항균 은도금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무려 8만원에 팔려나가는 것이 아닌가.

애초부터 제조업을 하고 싶었던 안 사장은 우선 탄소 화학기술자 3명을 물색, 무역으로 벌인 돈 전부를 연구비로 넣기 시작했고 이제 하나둘씩 성과물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안 사장은 “연구원들이 월세방생활까지 하면서 이 연구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 본격적인 탄소소재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며 “앞으로 특수 탄소소재의 용도는 비행기,배,자동차,배터리 등 무궁무진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현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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