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중단, 관광객·교역 줄이기…터키에 경제 보복 나선 사우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6일 22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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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지역 라이벌 터키를 압박하기 위해 투자 중단, 자국민 관광객과 교역 줄이기 같은 경제 보복을 구상 중이라고 5일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 등이 보도 했다. 터키가 지난해 10월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당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집요하게 압박한 것에 대한 대응이자, 터키가 아랍권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MEE에 따르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싱크탱크인 ‘메미레이트 정책센터’는 사우디의 터키 압박 전략을 담고 있는 비공개 정보보고서를 작성해 UAE 정부 고위층에게 전달했다. UAE는 외교안보, 경제 전략 등을 공유하는 사우디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다.

특히 사우디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터키 내부 반정부 세력을 자극하려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우디와 왕세자를 비방하는 활동을 너무 했다”고 지적했다. 터키가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발생한 카슈끄지 살해 사건 당시 사우디 왕세자 개입 의혹을 강조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미 사우디는 터키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시행 중이다. 최근 섬유·화학제품을 실은 터키 화물 트럭 80대의 사우디 입국이 거부됐다. 사우디 제다에서는 터키산 채소와 과일을 실은 300개의 화물 컨테이너가 묶여있다. 터키 방문 사우디 관광객은 올 상반기(1~6월) 23만4000여 명으로 전년 동기(27만6000명) 15.1% 줄었다.

중동 외교가에선 터키와 사우디 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터키는 사우디의 주적 이란과도 협력관계로 사우디가 반정부 세력으로 지정한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에도 우호적이다. 또 사우디가 2017년 6월 단교 조치를 취한 카타르는 터키 군을 유치해 안보 역량을 키우고 있다. 터키 군이 아랍권에 공식적으로 주둔하게 된 것은 오스만 제국 시절 이후 처음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터키는 카타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아랍권 영향력 확장에 나설 것”이라며 “이 지역 패권국가로 인정받길 원하는 사우디와 계속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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