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靑田 산수’… 선과 형태 극도로 강조 ‘小亭 양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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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한국화 대표 두 거장 展
청전, 일장기 말소 사건 주인공… 소정, 금강산 풍경 다양하게 변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청전 이상범의 작품 ‘조(朝)’(1954년). 관념적 산수에서 흔한 근경, 중경, 원경의 3단을 탈피한 구성이 돋보인다. 갤러리현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청전 이상범의 작품 ‘조(朝)’(1954년). 관념적 산수에서 흔한 근경, 중경, 원경의 3단을 탈피한 구성이 돋보인다. 갤러리현대 제공
근대 한국화를 대표하는 두 화백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소정 변관식(1899∼1976)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의 기획 전시 ‘한국화의 두 거장-청전(靑田)·소정(小亭)’은 두 화백의 1940년대부터 작고하기까지의 작품 8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현대화랑(구관)과 갤러리현대(신관)에서 각각 청전과 소정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현대화랑 1층은 청전의 1950, 60년대 대표작으로 구성했으며, 2층은 1940년대 작품이 주를 이룬다. 2층의 ‘효천귀로’는 일반에 처음 공개하는 작품이다. 갤러리현대 1층과 2층은 소정의 1960년대 작품을, 지하 1층은 1970년대 작품을 전시한다.

두 화백을 주제로 한 전시가 처음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아 서로의 화풍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청전은 전통 산수화 기법에 원근법적 요소를 수용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산수’를 탄생시켰다. 한 덩어리처럼 흐르는 산등성이와 나무의 표현은 그림 속에서 부는 바람이 느껴진다. ‘청전양식’으로 불리는 산수가 때로 식민사관적 시각에서 ‘평범함’이나 ‘소박함’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그러나 청전은 기존 관념적 산수화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은 독창적 화풍을 일궈냈다.

소정 변관식의 ‘도화산촌(桃花山村)’(1962년).
소정 변관식의 ‘도화산촌(桃花山村)’(1962년).
청전 화백은 1927년 동아일보 미술기자로 입사해 소설 삽화를 담당하기도 했다. 1936년에는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소식을 보도하면서, 당시 체육부 이길용 기자와 상의해 일장기를 지운 주역이기도 하다. 이 사건으로 40일 동안 구속된 청전은 일제에 의해 ‘언론기관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강제로 동아일보를 떠나야 했다.

소정은 선과 형태를 극도로 강조한 화풍을 통해 개성을 추구했다. 특히 8년 동안 금강산을 사생하고, 이곳을 다양하게 변주해 ‘금강산 화가’로도 불린다. 이번 전시도 금강산의 독특한 바위나 나무의 일그러진 형태를 그린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6월 16일까지. 3000∼5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근대 한국화#청전#일장기 말소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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