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끝나자마자 尹총장 사퇴 압박한 여권 일각의 오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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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는 그제 소셜미디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 시민은 힘 모아 여의도에서 이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사실상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이다. 우 대표는 조심스럽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국가보안법 폐기까지 언급했다. 집권여당과 한 몸이라고 한 비례정당 대표의 발언인 만큼 일개 강경 재야인사의 목소리로 치부할 수는 없다.

우 대표의 발언은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래 친문 세력과 여권 내부에서 지속된 윤 총장 사퇴 압박 공세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은 검찰이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의도에서 과잉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는 언론의 문제 제기 등으로 상당 부분 드러난 범죄 혐의를 토대로 진행된 것이다. 총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윤 총장 사퇴를 압박한 것은 곧 재개될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권력형 비리 수사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여당 일각에선 총선 승리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재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3년 전 인수위 활동도 없이 급조된 100대 국정 과제는 기초·장애인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등 복지에만 2022년까지 77조4000억 원이 드는 총 178조 원 규모의 구상이다. 그런데 재원은 세금 자연증가분과 지출구조 조정만으로 충당하는 걸로 되어 있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지금은 코로나 경제위기를 맞아 국난 극복에 모든 여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이런 비상시국에 강경 지지층 영합 발언이 득세하면 정부 여당의 코로나 위기 극복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어제 선대위 해단식에서 “국민이 주신 의석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2004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고도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을 밀어붙이다가 역풍을 맞은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 벌써부터 ‘우리들 세상을 만났다’는 식의 강경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향후 정부 여당의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민심은 오만과 독주가 보이면 언제든지 등을 돌린다. 여당 지도부는 총선 민의가 여권의 실정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시민당#우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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