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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택한 김우중[횡설수설/서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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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택한 김우중[횡설수설/서영아]

서영아 논설위원 입력 2019-12-13 03:00수정 2019-1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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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존엄사를 택했다고 한다. 평소부터 가족에게 “어차피 가야 할 인생, 의식 없이 연명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며 연명치료는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1년여간 노환을 앓던 그의 상태가 악화했을 때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지도, 마지막 순간에 심폐소생술을 하지도 않았다. 임종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사들이 확인하고 가족 합의를 통해 연명치료를 유보했다. 그는 자연 그대로 눈을 감았다.

▷지난해 2월 ‘웰다잉법’, ‘존엄사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다. 존엄사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생을 마감하도록 하는 일이다. 나을 가망이 없는 환자에게 죽음의 과정을 연장하는 불필요한 행위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임종 단계 환자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그 대신 적극적으로 고통을 줄이고 가족과 따뜻한 작별을 나누며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움 받는다.

▷1997년 12월 서울 보라매병원 의사들이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를 가족의 요구로 퇴원시켰다가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았다. 이후 병원들은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퇴원을 거절했고, 몇 년이고 누워 연명하는 식물인간 환자들이 적잖게 생겨났다. 2008년 ‘김 할머니 사건’이 이런 흐름을 뒤집었다. 식물인간 상태가 된 당시 76세 김 할머니에 대해 가족이 인공호흡기를 떼어 달라며 소송에 들어가 이듬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환자와 가족들이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한국에서 죽음의 문화는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존엄사법 시행 이래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택한 사람은 지난달 현재 7만5000여 명에 달했다. 연명의료를 거절한다는 의향서를 본인의 손으로 미리 작성해 놓은 사람이 약 48만 명, 의사가 작성한 계획서에 서명해 등록한 사람은 3만30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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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 전 회장 영결식에는 2000여 명의 전직 대우맨 등이 몰려와 고인의 못다 한 뜻을 기렸다. 한창 해외를 누비던 시절 김 전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모신 한 인사는 “고인은 비행기가 난기류로 흔들리거나 회항해도 ‘하늘이 정해준 대로 가는 거니까’라며 의연했다”고 전한다. 일찍이 한국인들의 시선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에 머물 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갈파했던 그였다. 죽음도 혜안을 갖고 맞아들인 걸까. 영욕이 엇갈리는 삶이었지만 도처에 남은 그의 흔적들을 보며 “연명이 아니라 족적을 남겨야 한다”던 그의 말대로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
#김우중#존업사#연명의료결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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