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 “더이상 연기 없다”…브렉시트, 이제 英의회 손에 달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17일 2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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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커 "합의했으므로 연기 이유 없어"...英의회 통과 압박
英언론 "의회, 합의안과 '노딜' 브렉시트 중 선택해야"

17일(현지시간)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 협상을 타결하면서 오는 10월 31일 영국의 EU 탈퇴를 확정할 공은 이제 영국 의회로 넘어갔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브렉시트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EU는 더 이상 영국에 브렉시트 연기를 허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BBC방송,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융커 위원장은 새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래야만 한다”며 “어찌되든 연장은 없을 것(there will be no prolongation)”이라고 잘라 말했다.

융커 위원장은 “우리는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따라서 연기를 논의할 이유도 없다. 이제 (브렉시트를)해야만 한다”며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만났을 때 어떤 종류의 연장도 배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 의회가 합의안을 부결시켜 존슨 총리가 연장을 요청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냐는 질문에 “합의를 했으면 한 것이다. 연장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이건 영국뿐만 아니라 나의 견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의 발언은 영국 의회에 합의안 통과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이대로라면 영국 하원은 사실상 새 합의안과 ‘노딜’(합의 결렬) 브렉시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처지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영국과 EU는 이날 아일랜드-북아일랜드 이중 관세 체계를 골자로 하는 새 브렉시트 합의안을 도출했다. 북아일랜드를 법적으론 영국 관세영역에 남기되 실질적으론 EU 관세규칙과 절차를 따르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새 합의안이 도출됐다고 영국의 이달 31일 EU 탈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브렉시트 이행을 위해서는 영국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영국 의회는 19일 특별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지난 9월 통과된 ‘벤 엑트’(Benn Act. 정식명칭 EU탈퇴법)에 따르면 브렉시트 합의안이 19일까지 의회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존슨 총리는 EU에 서한을 보내 탈퇴일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

합의안이 의회 문턱을 넘을수 있을지는 안갯속이다. 존슨 총리의 보수당은 의회 과반 장악력을 잃은 상태다. 그는 7월 취임 이후 하원 표결에서 7차례 연이어 패배하는 수모를 겪었다.

영국 하원은 전체 650석이다. 이 가운데 표결권이 없는 하원의장과 부의장 3명, 중앙의회 참여를 거부하는 북아일랜드 신페인당 의원 7명을 제외하면 실질적 과반은 320석이다.

현재 보수당(288석)과 연립정부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10석)의 의석은 모두 298석으로 과반에 못미친다. 존슨 취임 이후 브렉시트를 둘러싼 내란으로 보수당 인사들의 탈당과 제명이 줄지은 결과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안이 의회에서 가결되려면 보수당 당내 지지는 물론 DUP의 협조와 야권 일부의 찬성이 긴요하다. 하지만 브렉시트 강경파와 EU 탈퇴 반대파들은 쉽게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DUP의 선택이 관건이다. 연방주의를 지지하는 DUP는 새 브렉시트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들은 북아일랜드가 영국 본섬과 함께 완전히 EU 관세동맹을 떠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DUP는 2017년 총선을 계기로 연정에 참여한 뒤 의회표결에서 매번 보수당에 힘을 실어줬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보수당 내 강강경파들은 DUP 지지가 있어야만 존슨 총리의 협상안에 찬성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 등 존슨 총리와의 의견 충돌로 보수당을 나온 의원들이 새 합의안을 지지할지도 미지수다.

예정대로라면 영국은 이달 31일 현지 시간으로 오후 11시 EU를 탈퇴한다. 협상안이 19일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벤 엑트’ 법안에 따라 존슨 총리는 EU에 내년 1월 31일로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

브렉시트는 당초 올해 3월 29일 예정이었지만 영국 의회가 번번히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마련한 협상안을 거부하면서 10월 31일로 미뤄졌다.

일각에선 협상안이 가결된다 해도 세부 합의와 시간관계상 탈퇴일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들이 나오지만 EU 지도부가 더이상의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런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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