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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과 페어플레이[안영식의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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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과 페어플레이[안영식의 스포츠&]

안영식 스포츠 전문기자 입력 2019-08-30 03:00수정 2019-08-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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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핑 척결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철저하게 대처하는 이유는 종국적으로 IOC의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세계반도핑기구(WADA) 홈페이지
안영식 스포츠 전문기자
최근 한국 육상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km 경보 3위 스타니슬라프 에멜야노프(러시아)를 도핑 위반으로 적발했다. 이에 따라 4위였던 김현섭에게 동메달을 수여키로 했다’고 알려왔다.

관심을 끈 건 정정(訂正) 과정이다. 한국 경보의 간판 김현섭(34·삼성전자)은 당초 6위였다. 그런데 1위와 2위였던 러시아 선수들이 2016년 실시한 과거 샘플 재조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성적이 취소됐고 김현섭은 그해 4위로 순위가 올라갔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정정되면서 김현섭은 대한민국 최초의 세계육상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됐다.

‘대회 기간 중 적발됐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칼 루이스(미국)는 경기를 마친 뒤 사흘 만에 벤 존슨(캐나다)이 박탈당한 남자 육상 100m 금메달을 넘겨받았기에 그렇다.


8년 전 일을 어떻게 밝혀냈을까. 도핑(Doping·경기력 향상을 위한 금지 약물 사용)이 교묘해졌지만 반(反)도핑 기술도 발전했기에 가능했다. 10년 전만 해도 금지약물 성분이 100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 이상은 돼야 적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1ng도 검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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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과거 대회 수상자에게서 채취한 도핑 샘플을 업그레이드되는 분석 기술로 계속 재조사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0년 동안의 도핑 샘플을 보관한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는 숨을 곳이 없다”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말은 결코 엄포가 아니다. 도핑으로 메달을 딴 선수는 최소한 10년간은 발 뻗고 잘 수 없게 됐다.

실제로 IOC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음성 반응을 나타낸 소변 샘플 719개(베이징 454개, 런던 265개)를 재조사해 54개 샘플에서 금지 약물을 검출해 냈다. 4500건 이상의 도핑 검사를 실시해 양성 반응자 9명을 적발했던 베이징 올림픽 때와 비교하면 반도핑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카자흐스탄이 2012년 런던 올림픽 역도에서 딴 금메달 4개는 모두 취소되기도 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때 20여 종이었던 금지약물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500여 종으로 늘었다. 이로 인해 리우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선수는 여자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가 대표적이다.

런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샤라포바는 금지약물(멜도늄) 복용 혐의로 리우 올림픽 개막을 두 달 앞두고 2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샤라포바가 꾸준히 복용해 온 멜도늄은 협심증과 심근경색 치료제로 쓰이고 있지만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게 밝혀져 2016년 1월부터 금지약물 리스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약쟁이’로 판명돼 팬들을 실망시킨 건 이 밖에도 허다하다.

고환암 투병 중에 투르 드 프랑스를 7년 연속 제패해 도로 사이클의 전설로 불렸던 랜스 암스트롱(미국)은 스포츠 역사상 가장 치밀하고 전문적인 도핑 장본인으로 전락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홈런(762개)과 한 시즌 최다 홈런(73개)을 기록한 배리 본즈(미국)는 약물(스테로이드)로 성적을 끌어올린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 딜로이트컨설팅과 함께 한국인의 행복도(度)를 조사했다. ‘한 해 동안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 준 인물’로 1위 손흥민 선수, 2위 박항서 감독이 꼽혔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법조인 중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작금의 상황은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해 한 문화평론가는 “국민들이 정치나 경제 등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반면 스포츠는 페어플레이를 통한 성취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대리만족이 커진 것 같다”고 풀이했다.

스포츠 선수에 대한 도핑 검사와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의 공통된 핵심 포인트는 페어플레이다. 그런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언페어플레이(Unfair play) 의혹이 차고 넘친다. 페어플레이는 스포츠를 지탱하는 소중한 가치다. 이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한민국 법무부의 영어 표기는 Ministry of Justice다. 정의(Justice)란 무엇인가. 책도 읽어 봤는데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알겠다. 페어플레이 없이 정의 구현은 불가능하다.

안영식 스포츠 전문기자 ysahn@donga.com
#도핑#페어플레이#ioc#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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