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입소문 ‘눈알 가방’…토종 브랜드 인기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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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게 뭐야?”
“꺅! 너무 귀엽다.”

이 가방을 보고 놀라지 않거나 웃음을 참기는 어렵다. 자물쇠까지 달린 어엿한 에르메스 버킨백 모양인데 앞쪽에 커다란 눈알 두 개가 달렸다.

부끄럼을 타는 걸까? 아니면 호기심의 표현? 혹은 살짝 놀란? 표정이 살아있는 눈알 두개를 달아놓으니 밋밋한 가방이 말을 걸어올 듯 생기가 돈다. 신생 패션브랜드 플레이노모어(PLAYNOMORE)의 토트백 ‘샤이걸(Shy Girl)’은 본명보단 ‘눈알 가방’ 혹은 ‘눈깔 가방’이라 불린다.

지난해 6월 19일 밤 11시 55분 온라인에서 런칭한 플레이노모어는 셀럽들이 들고다니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토트백(21.5×17.5×9㎝) 샤이걸에서 진화해 빨간 입술과 별이 그려진 같은 크기의 ‘샤이스타’, 눈알이 다섯 쌍 그려진 빅백(35×18×27.5㎝) ‘샤이패밀리’도 나왔다. 눈알과 입술 디자인을 인용한 티셔츠와 모자, 화장품(라네즈와 콜라보레이션), 네일스티커 까지 토털 패션 브랜드로 커나갈 잠재력도 보인다.

태어난 지 한 돌도 되기 전부터 ‘짝퉁’ 제품이 나올 정도로 주목받아온 플레이노모어. 이 토종 브랜드의 인기몰이법을 김채연 플레이노모어 대표(35)에게 물었다.
① 가방은 여자들의 장난감

디자이너인 김 대표는 “롤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에 “디즈니 만화”라고 했다. 헐, 샤이걸처럼 키치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안야 힌드마치나 카스텔바작, 모스키노가 아니고?

“디즈니만화는 보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어린아이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누구나 좋아하죠. 샤이걸도 송종국 씨 딸 지아부터 탤런트 전인화 김수미씨까지 들고 다니죠.”

김 대표는 지금도 해외에서 쇼핑할때면 옷이나 액세서리보다는 레고 블록이나 플레이모빌을 산다고.

“플레이노모어는 바비인형을 가지고 놀던 여자들이 성인이 돼서 갖는 장난감 같은 거예요. 자동차는 성인 남자들의 장난감이잖아요. 로봇을 갖고 놀다 자동차로 옮겨가는 거죠. 가방이 여자들의 신분을 대신하는 게 싫어요. 가방도 좋아서 사는 패션 아이템이 됐으면 해요.”

샤이걸은 눈만 가지고도 놀 거리가 많다. 한쪽 눈을 감게 한 뒤 아이섀도우를 바르거나, 아이라인을 그리거나, 속눈썹을 길게 빼 마스카라를 칠하거나. 여자들만 아는 재미다.

② 가방은 ‘상전’이 아니다

여기서 퀴즈 하나. 저기 저 여성이 들고 있는 명품 디자인 가방이 짝퉁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건 갑자기 비가 오면 답이 나온다. 가방을 우산 대신 머리 위로 받쳐 들고 뛰면 짝퉁, 빗방울이 튈 새라 품에 꼬옥 안고 뛰면 진품이다.

“명품 가방은 ‘장만’한다고 표현하잖아요. 전 쉽게 사서 편하게 들고 다니는 가방이 좋아요. 가방이 상전이 되면 안 되죠.”

그래서 김 대표는 가죽 대신 합성 피혁을 쓴다. 눈은 스팽글을 달아 표현한다. 기계로 달고, 손으로 마무리한다. 플레이노모어 가방은 가볍고, 만만하며, 명품에 비하면 가격도 착하다. 토트백 크기의 샤이걸과 샤이스타가 17만8000~24만5000원, 빅백 샤이패밀리는 29만8000~42만8000원.
③ 블로거, PPL 마케팅은 사절

패션브랜드는 셀럽 마케팅이 중요하다. 그래서 드라마에 PPL을 하거나, 인기 가수와 배우들에게 “우리 가방 들어 달라”며 거저 주는 경우가 많다.

플레이노모어도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에서 배우 임지연이 매고 나올 때가 있다. 김 대표는 “PPL이 아니라 협찬”이라고 했다.

“협찬은 드라마 찍을 때 쓰고 난 뒤 돌려받아요. 이렇게 스타일리스트가 픽업하면 자연스러운데, PPL처럼 만들어진 내용은 한계가 있어요. PPL을 하기엔 마케팅 예산이 빠듯하기도 하고요.”

샤이걸은 만화 같은 디자인 때문에 아이돌 쪽에서 러브콜이 많았지만 김 대표는 모델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모델은 또 아이돌과 달리 어리다는 느낌을 주지 않아 이들에게 ‘잇백’이 된다면 중장년층에까지 시장을 넓힐 수 있다고 봤다.

“나이 드신 분들은 샤이걸을 보고 ‘이걸 어떻게 들지?’ 하잖아요. 그런데 변정수 씨가 들고 드라마(‘전설의 마녀’)에 나오니까, ‘아, 나도 들 수 있겠네’ 하는 거죠. 색상도 겨울에 일부러 밝은색 가방을 밀었어요. 그래야 계절도 타지 않죠.”

‘리뷰를 써줄 테니 증정해달라’는 블로거들의 요구도 사양했다고. “천편일률적인 평가가 싫어서요. 솔직한 포스팅이 좋아요.”

④ 사랑받고 싶으면 기다리게 하라? 품절 마케팅

플레이노모어의 가방을 사기는 쉽지 않다. 올 6월 초 서울 명동에 첫 단독매장을 열었고, 서울과 부산의 롯데백화점 일부에 입점해있다. 제일모직의 편집샵인 ‘비이커(Beaker)’ 매장에서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인기 상품의 경우 재고가 없어 주문을 해놓고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

공식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상품 주문 후 배송까지 3, 4주는 기다려야 한다. 일부 인기 모델은 품절이다. 그래서인지 리뷰란에는 “생각보다 별로” 보다는 “정말 어렵게 받았다” “드뎌…”라는 감격스러워하는 상품 후기가 많이 올라와 있다.

구매하기가 어렵고, 명품 가방에 비해 가격 부담도 덜해서인지 한 번 살 때 색상별로 서너 개를 주문하는 이들도 있다. 일종의 ‘품절 마케팅’이랄까.

“주문량을 따라잡지 못해서 그렇지, 의도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오래 기다리게 하면 클레임이 들어올 위험이 크죠. 큰 회사는 자본금이 있어 모든 과정을 다 만들어놓고 시작할 수 있지만, 저희는 하면서 만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어요.”
⑤ “오래 가려면 새 장르가 돼야”

홍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2007년 구두 브랜드 ‘스탈렛애쉬(Starlet Ash)’를 런칭해 7년간 운영했다. 10년이 지나도 신을 수 있는, 유행을 타지 않는 무난한 콘셉트의 브랜드였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신발은 계절도 타고, 사이즈가 세분화돼있으며, 취향도 제각각이고, 킬힐부터 플랫 슈즈까지 높이도 다양했다. 재고 부담이 컸다.
게다가 셀럽 마케팅도 쉽지 않았다.

“드라마 ‘상속자들’과 ‘예쁜남자’의 신발 스타일링을 담당했어요. 하지만 배우들의 구두까지 잡는 풀샷이 드물어 홍보 효과가 없었죠. 뭘 하더라도 상반신에 들어가야겠다, 계절과 사이즈를 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플레이노모어는 스탈렛애쉬와는 여러모로 대비된다. 가죽 대신 합성 피혁을 쓰고, 오래 가는 무난한 디자인이 아니라 어딜 가나 눈에 확 들어오는 튀는 스타일이다.

문제는 튀는 패션 트렌드의 경우 반짝하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명품 브랜드들이 클래식한 디자인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장르가 되면 오래 가지 않을까요?”

플레이노모어는 1주년이던 올 6월 19일 홍콩의 영국계 백화점 하비니콜스에 입점했다. 이밖에 이탈리아, 일본,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의 패션 매장에 진출했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생각했어요. 국내에선 신규 브랜드이지만 해외에선 똑같이 모르는 브랜드잖아요.”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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