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조씨 메모 속 ‘You’는 누구
더보기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조씨 메모 속 ‘You’는 누구

입력 2007-04-19 03:07수정 2009-09-27 12:33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조승희 씨가 범행에 사용했던 권총과 동일 모델인 구경 9mm ‘글록19’ 권총. AFP 연합뉴스

■ 여전히 남은 의문점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의문점들은 여전하다.

특히 범인이 현장에서 자살한 까닭에 몇몇 대목은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첫 희생자 남자친구 따로 있다?=미 수사당국은 조승희 씨의 범행 원인을 ‘치정’으로 보고 있다.

범행 직후 조 씨의 방에서는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You caused me to do this)’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기숙사에서 에밀리 힐셔 씨를 쏜 뒤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글귀는 총기 난사가 애인의 변심 때문에 촉발됐다는 수사당국의 추측을 뒷받침해 준다.

그러나 ‘네’가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수사당국은 처음에 힐셔 씨를 조 씨의 헤어진 여자친구로 지목했다.

그러나 힐셔 씨의 룸메이트인 헤더 호 씨가 “힐셔는 남자 친구가 따로 있었고 매우 사이가 좋았다”며 “내가 아는 한 그는 조 씨를 전혀 몰랐다”고 증언해 이 같은 주장은 흔들리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힐셔 씨의 남자친구는 인근 래드퍼드대 학생인 칼 손힐 씨라는 것이다. 경찰은 힐셔 씨가 살해된 직후 손힐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그동안 조 씨는 자기 방에서 메모를 남기고 총과 탄약을 챙긴 뒤 공학부 건물(노리스 홀)로 가 30명을 사살하고 자살했다.

외톨이에 내성적이고 폐쇄적인 조 씨가 성격이 활달한 것으로 알려진 백인 여성 힐셔 씨와 사귀었다는 것도 의문. 더구나 이들은 전공도 다르고 학년도 각각 4학년과 1학년이다.

이번 사건이 치정 복수극이라면 진짜 여자친구는 강의 도중 사망한 30명의 희생자 가운데 있을 수 있다. 목격자들은 조 씨가 처음 강의실들을 들여다보면서 누군가를 찾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만약 여자친구가 노리스 홀 희생자 중의 한 명이라면 의문은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

▽진짜 범행 동기는?=조 씨가 이번 대량 사살을 여러 달 동안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면서 단순한 치정살인이라는 해석에도 의문이 생긴다. 조 씨는 지난달 13일 첫 번째 권총을 구입한 뒤 한 달 동안 기다렸다 또 하나의 권총을 구입하는 인내심을 보였다. 버지니아 법률은 30일 내에 한 정 이상의 권총을 구입하는 것을 금지한다.

자살한 조 씨의 시신에서 교내 폭탄 테러를 경고하는 쪽지도 발견됐다. 단순한 치정 복수극이 아닌 대량 살인을 계획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나타내듯 조 씨의 노트에서는 다른 학생들을 ‘부잣집 아이들’ ‘기만적인 허풍쟁이들’이라고 비난하는 글귀들이 발견됐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조 씨가 우울증과 좌절감에 시달리다 문제의 해결점을 살인에서 찾았을 가능성을 점쳤다. 존제이대의 루이스 슐레진저 범죄학 교수는 “조 씨는 증오에 차 있었으며 특정 대상을 찾기보다는 누구든 닥치는 대로 죽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분석도 첫 희생자가 왜 힐셔 씨인지, 왜 그와 다투었는지, 또 1차 범행과 2차 범행 사이에 왜 긴 시간이 흘렀는지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이외 조 씨의 글에서 드러나는 폭력성 또는 정신적 문제가 이번 사건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 그가 왜 졸업을 한 달여 남겨 놓고 범행을 저질렀는지,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는지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다중살해범 심리는

“마음에 쌓인 분노 사소한 일에 폭발”

버지니아공대의 조승희 씨처럼 무차별 다중 총기살해(mass shooting)를 저지르는 사람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솔직히 잘 알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고백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주 토머스 제퍼슨대의 네일 케이(정신의료) 조교수는 “다중 총기살해범은 대개 자살하고 만다. 우리는 그들을 면담하거나 분석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범죄학에 대해 10여 권의 책을 쓴 잭 레빈 보스턴 노스이스턴대 교수도 “우리는 그 심리가 어디서 오는지 아는 게 없다”며 “다중 총기살해범에 대한 연구는 제로”라고 말했다.

학문적으로 그들의 심리는 암흑 속에 있다. 다중 총기살해범의 95%는 남성이고 외톨이였다는 공통점만이 간신히 추려진다.

그들은 겉으론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속에는 분노가 끓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중 총기 살해행위는 연쇄 살해행위와는 다르다.

범죄학자들에 따르면 연쇄 살해범은 살해 행위 자체에서 성적 만족과 비슷한 것을 얻는다. 그들은 쉽게 체포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경찰이 계속 허탕을 치는 것도 즐긴다. 그들에게 범죄는 전도된 쾌락인 셈이다.

그러나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 살해범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살해행위 그 너머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상처받고 좌절한 영혼이다. 그들은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총 쏘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정신적 탄약을 장전해 간다. 마침내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은 큰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사소한 사건일 때가 많다. 레빈 교수는 “마치 문짝의 경첩이 벌어지면서 그 틈새로 억눌러 온 분노가 밀려 나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대량 총기 살해범은 살해에 관한 모든 것을 치밀하게 사전에 구상한다. 단 하나 자신이 도망칠 궁리만 빼놓는다.

뉴욕대의 마이클 벨러 정신의학과 교수는 “그건 자살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들이 의학적 의미에서 정신병자인 경우는 거의 없다. 가령 외계에서 온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하거나 개에게 말을 거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들을 위한 진정한 위로와 해답은 없다”며 “상심(傷心)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코란속 인물” “소설 ‘모비 딕’의 외톨이”

조씨 팔에 적힌 ‘이스마일 액스’ 해석 분분

자살한 조승희 씨의 팔에서 붉은 잉크로 쓰인 ‘이스마일 액스(Ismail Ax)’라는 단어가 발견됐다. 그의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단어는 영화 ‘시민 케인’에 나오는 ‘로즈 버드’라는 말처럼 그의 살해동기를 푸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수많은 사람이 사건 직후 인터넷을 뒤졌다. 일약 국제적인 인기 검색어가 돼 벌써 그 이름의 도메인이 개설됐을 정도다. 그러나 그 말이 지닌 정확한 의미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먼저 ‘이스마일’은 코란에 나오는 이브라힘(성경 속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일(성경 속 이스마엘)을 뜻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코란에서는 이브라힘이 도끼로 바빌론의 우상을 파괴하고 알라의 축복으로 이스마일을 아들로 얻었다. 조 씨가 이런 뜻으로 사용했다면 이슬람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을 암시한다. 일부 외신은 조 씨가 이슬람 신도이고 테러와 연관이 있을 개연성도 거론했다.

그러나 이스마일은 이슈마엘(Ishmael)로도 쓰일 수 있어 조 씨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의 화자인 이슈마엘을 의미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슈마엘은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아무 데도 끼지 못하는 사람(outcast)이었기에 바다에 나가 선원이 됐다. 조 씨는 외톨이였다. 영문학 전공인 그는 모비 딕을 읽으면서 이슈마엘처럼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슈마엘은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소설 ‘대평원’에서도 ‘이슈마엘 부시’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이슈마엘은 악의 상징인 ‘파괴자의 도끼’를 지니고 다닌다.

이 밖에 이스마일 액스가 게임 사이트에서 조 씨가 쓰는 별명이거나 터키 힙합 예술가 이스마일 Y K의 오자(誤字)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편 미국판 ‘싸이월드’인 마이스페이스에 조 씨의 비공개 블로그(myspace.com/ChoSeungHui)가 개설돼 있고 ‘이스마일 액스’라는 붉은색 문구까지 내걸린 사실이 누리꾼들에게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조 씨 사후에 글이 떠있다가 사라진 데다, 마이스페이스는 남의 이름을 입력해도 얼마든지 블로그를 개설할 수 있어 총격 사건 발생 이후 누군가가 조 씨의 이름으로 블로그를 꾸몄을 것으로 여겨진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