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違憲 공방 중지하고 국정쇄신 나서야

  • 입력 2004년 10월 25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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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이해찬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수용키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노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 이유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결론의 법적 효력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옳은 판단이다.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헌법 해석의 최종 권한을 갖는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헌정질서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무너진다.

이제는 소모적 공방(攻防) 대신 그동안 야기됐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대통령부터 마음을 열어야 한다. 수도 이전이 왜 이런 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는지 겸허한 마음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여권 일각에선 여전히 “개혁에 대한 반(反)개혁세력의 저항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지만 잘못된 인식이다. 충청권 표를 의식한 대선공약을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것이 결국 좌절을 안겨준 것 아닌가.

역설적으로 헌재의 위헌 결정은 노 대통령의 짐을 덜어준 측면도 없지 않다. 수도 이전이 법대로 진행됐다고 해도 첫 삽을 뜨는 것은 2007년이다. 60% 이상의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면 정치권은 물론 온 나라, 온 국민이 찬반(贊反)으로 갈려 갈등과 반목의 날을 보낼 터이니 남은 임기 3년 동안 경제든 안보든 뭐 하나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수도권 과밀 해소는 시대적 과제이므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헌재의 결정에 저촉되지 않는 계획을 내놓고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바른 방향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한나라당도 충청권을 ‘과학기술의 메카’로 육성하기 위해 지역별로 행정·과학도시, 기업·대학도시, 생명공학도시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지 못할 이유가 없다. 논의 결과에 따라서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균형발전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분노와 실의에 잠겨 있는 충청권 주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최소한의 방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여권 일각 및 친노(親盧)세력의 헌재 비판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헌재의 관습헌법론을 조롱하고, 헌재를 탄핵하겠다고 압박해서 과연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문제를 키우고 갈등만 깊게 할 뿐이다. 책임 있는 집권세력이라면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헌재 흔들기는 당장 중지해야 한다.

국정쇄신방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에 대한 자기반성과 함께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치란 어떤 것인지 이제라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노 정권과 나라가 함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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