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저비용 고효율’ 광주U대회, 도시 품격은 높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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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훈련장 신증축 4곳으로 최소화… 6172억 예산 투입 사업비 25% 절감
아프리카 10개국 등 지역사회 후원… 방한 선수들에 좋은 이미지 심어줘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광주U대회)가 사업비를 25% 절감한 저비용 대회이자 다정다감한 남도의 정(情)을 보여준 스포츠 이벤트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주U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에 6172억 원이 투입됐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2012년 당시 대회 사업비로 예상했던 8171억 원보다 1999억 원(24.5%)을 줄인 규모다. 절감된 예산 가운데 70%(1416억 원)는 시비(市費)여서 자치단체의 재정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 대회 경기장, 훈련장 69곳 가운데 4곳만 신·증축했다. 신축한 경기장은 체조 경기가 열린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 수영 경기가 진행된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 광주국제양궁장 등 3곳이다. 증축한 곳은 광주 진월국제테니스장이다. 나머지 경기장과 훈련장 65곳은 모두 개·보수해 사용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개·보수한 경기장과 훈련장에 의무 도핑실, 선수 임원 대기실, 샤워장, 화장실 등이 국제기준에 맞지 않아 이를 충족하느라 애를 먹었다.

부족한 시설의 대안은 바로 몽골텐트였다. 경기장과 훈련장 곳곳에 몽골텐트 800여 개가 설치돼 숲을 이뤘다. 개당 70만 원에 임차한 몽골텐트는 샤워장이나 화장실 등 역할을 했다. 경기장 내부는 칸막이, 샌드위치패널을 설치해 다용도로 활용했다.

김황식 광주U대회조직위 공동위원장은 “몽골텐트 등 시설물을 활용해 1345억 원을 절감했다”며 “광주U대회는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개·보수한 경기장, 훈련장 좌석이 국제기준에 미달하자 임시 가변석으로 만들었다. 임시 가변석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어 쓰임새가 많다. 하프마라톤이나 경보 코스는 도로 개·보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10km 단위로 설치해 두 번 왕복하도록 했다.

개·폐막식 등에도 허리띠를 졸라매 654억 원을 절감했다. 개·폐막식 예산은 총 120억 원으로 다른 국제대회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저비용 개막식이었지만 관람객 3만90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조직위는 14일 광주U대회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폐막식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국제방송 비용을 줄인 것도 운영비 감소에 한몫했다.

예산은 줄었지만 광주U대회는 포근한 남도의 정을 보여주며 광주의 품격을 한껏 높였다. 대회에 참가한 146개국 가운데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20여 국가 선수들에게 시민 서포터스와 기업의 후원은 큰 힘이 됐다. 일부 국가 선수들은 신발, 체육복, 도복 등 경기용품이 없을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일부 선수들은 용돈이 없어 관광은 생각조차 못할 처지였다. 전담 통역요원이 간식을 가져다주면 일부 선수들은 “집에 갖고 가겠다”며 가방에 챙겨 넣기도 했다고 한다.

시민 서포터스나 기업, 공사 기관장 등은 어려운 처지의 선수들에게 경기용품을 후원하거나 식사를 대접하며 광주의 나눔 정신을 보여줬다. 선수들이 관광과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용돈을 건네기도 했다.

통역요원 박수원 씨(27·여·충북 증평군)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10개 국가 선수 30여 명이 지역사회의 후원을 받았다”며 “광주의 따뜻한 보살핌과 배려에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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