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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원희룡 제주도지사-이용섭 광주시장, 닮은듯 다른 두 광역자치단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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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원희룡 제주도지사-이용섭 광주시장, 닮은듯 다른 두 광역자치단체장

임재영 기자 , 이형주 기자 입력 2018-12-08 03:00수정 2018-12-08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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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가 5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조건부 개설 허가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원 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도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제주=뉴스1
● 절묘한 절충… 공론위 결정 뒤집고 투자개방병원 첫 허가


최악의 상황을 피한 ‘신의 한 수’인가.

원희룡 제주도지사(54)는 ‘뜨거운 감자’였던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을 수용했다. 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발표한 것. 다만 진료 대상을 외국인으로 한정한다는 ‘조건부 개설 허가’였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원 지사는 내국인 진료를 하면 가능한 행정행위를 모두 동원해서 제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원 지사 측에서는 “국내 공공의료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개설 불허에 따른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 등을 피해 간 절묘한 수”라고 평가한다. 원 지사는 6일 언론 인터뷰에서 의료민영화 우려에 대해 “국회에서 의료법, 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 등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녹지국제병원 측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투자를 해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영리병원이다. 한국인이 갈 수 없는 병원을 중국인들이 믿겠는가. 병원운영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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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계에 미칠 영향과 별도로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다. 5일 기자회견을 하는 원 지사 입에서는 “죄송”, “사과”라는 단어가 나왔다.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개설 불허’ 권고를 뒤집은 부분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개방형 병원 자체를 반대했던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즉시 ‘지사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성명에서 ‘민주주의를 거스른 폭거’라는 거친 표현을 쓰면서 ‘최악의 수’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원 지사로서는 전임 정부에서 시작된 사안을 ‘설거지’하면서 뭇매를 맞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국무회의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의결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2015년 12월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설립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출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이 회사는 778억 원을 들여 47병상 규모의 병원건물을 짓고, 인력도 고용한 뒤 지난해 8월 병원 개설 허가를 제주도에 신청했다.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면서 결정이 미뤄진 가운데 6·13지방선거를 앞둔 올 2월 숙의형 공론조사 제안서가 제주도에 제출됐다. 원 지사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공론조사위원회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론조사 결과 병원개설 반대 58.9%, 찬성 38.9%로 나타나 ‘개설 불허’ 권고가 나오자 원 지사의 고심은 깊어졌다. 공론조사위원회에서는 ‘헬스케어타운을 살리고 손해배상도 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지만 묘수가 없었다.

원 지사는 “개설 불허 결정을 내리고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병원건물을 인수해 비영리 병원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타진했지만 1000억 원을 투자할 곳이 없었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시설점검을 해보니 이미 최고급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피부, 성형, 건강검진에 특화된 시설과 장비, 인력이 갖춰져 있었다. 이것을 인수해서 비영리로 전환할 때 소요되는 비용과 자원이 제주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 지사가 본인의 발언을 뒤집어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결정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꼬리표처럼 두고두고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가 헤쳐 나가야 할 숙제다.

● 빛바랜 열정… 노조에 발목잡혀 꼬여버린 광주형 일자리


11월 3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이용섭 광주시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을 만나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일자리를 빼앗거나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호소했지만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광주=뉴스1
‘콜록 콜록.’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40분경.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찾은 이용섭 광주시장(67)은 무거운 표정으로 노조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이 시장의 기침 소리마저 무겁게 들렸다.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을 만난 이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일자리를 빼앗거나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성을 높이는 노사상생, 사회통합형 모델”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노조는 물러서지 않았다. 하 지부장은 “광주 시민의 염원과 바람을 폄훼하거나 왜곡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아 울산도 경제 파탄의 위기로 치닫고 있어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측은 30분간 팽팽한 대화를 이어갔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다. 이 시장은 이어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를 만나 거듭 당부를 하고 ‘현대차 가족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1시간가량 머무는 동안 이 시장은 잦은 기침을 했다. 동행한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장(53)은 “이 시장이 전날 서울에서 광주형 일자리 예산을 챙기고 곧바로 울산을 찾았다. 광주형 일자리를 성공시키려고 강행군을 하다보니 감기를 달고 사는 것 같더라”고 했다.

이 시장이 동분서주하며 챙기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사실 윤장현 전 시장이 2014년 시작했다. 근로자에게 일반 완성차 공장 연봉의 절반 정도를 지급하는 대신 정부와 광주시가 주택과 의료, 교육을 지원해주는 노사상생 모델이다. 정치인이나 자치단체장은 통상 전임자가 추진한 사업은 등한시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 성공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그는 6·13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노동계를 9차례나 찾았다. 노동계에서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었음에도 발걸음을 주저하지 않았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56)은 “이 시장의 광주형 일자리 성공 열정은 대단하다”고 평했다.

이 시장은 2007년 건설교통부 장관 재임당시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이 들어설 빛그린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했고, 2008년 국회의원(광주 광산을)에 당선돼 관련 사업을 챙긴 인연이 있다.

이 시장은 시장 당선 전부터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2010년 시장에 처음 출마했을 때 쓴 ‘연어가 민물로 돌아온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에서 그는 “질 좋은 일자리는 초일류 광주의 기반”이라고 썼다. “정신적으로 정의롭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광주를 만들겠다”는 당시의 다짐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이 시장의 측근들은 전했다. 한 측근은 “그가 시민들을 위해 광주형 일자리 등 전임 시장들이 정리 못한 사업을 성공시키려 고심하다 몸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타결이 유력시됐던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은 5일 무산됐다. 이 시장은 이날 노동계를 설득하기 위해 또다시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를 찾았다.

이 시장은 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시민들, 누구보다 청년들이 느꼈을 아쉬움과 허탈함에 잠 못 이룬 밤이었다”고 적었다. 또 “노동계와 현대차를 조정해 해법을 찾는 것이 어렵지만 곡예사의 심정으로 조심조심 가다 보면 협상타결이라는 종착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끝으로 “국민의 염원을 가슴에 담고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 다시 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원희룡#이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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