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 뭐길래…中 마라토너, 국기 건네주려던 자원봉사자 방해로 1등 놓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0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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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선 “선수가 일부러 국기를 던졌다”며 비판
이에 선수가 “실수로 떨어뜨린 것” 사과하기도
주최 측 “자원봉사자의 애국심에 발생한 일” 해명
다른 대회 관계자 “1~3위 중국 선수에 결승선 도착 전 국기 전달은 주최 측 방침” 반박

중국의 한 마라톤 대회에서 선두로 결승선 통과를 앞두고 있었던 중국인 선수가 자신에게 억지로 국기를 쥐어주려던 자원봉사자의 애국심 때문에 우승을 놓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18일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허인리(何引麗) 선수는 결승전을 500m 앞두고 에티오피아 국적의 아얀투 아베라 드미스 선수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때 길가에 서있던 자원봉사자 한 명이 갑자기 허 선수에게 달려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건네주려 했다. 허 선수가 이를 뿌리치고 앞으로 달리자 자원봉사자는 국기를 다시 넘겨주려 뒤를 쫓아왔다. 하지만 마라토너의 빠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다른 자원봉사자가 아예 트랙 한가운데 미리 서 있다가 허 선수에게 오성홍기를 건넸다. 허 선수는 국기를 받아들었지만 국기가 크고 펄럭거려 달리는 데 방해가 됐다. 허 선수는 몇 초 뒤 국기를 옆으로 던졌고, 드미스 선수는 이런 어수선한 틈을 놓치지 않고 선두로 치고 나갔다. 결국 허 선수는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5초 차이로 드미스 선수에 이어 2등으로 골인했다.

이 영상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면서 허 선수의 행동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허 선수가 땅바닥에 국기를 던진 행동이 ‘비애국적’이라고 비판했다. 한 마라톤 선수는 웨이보에 “경기가 국기보다 중요한가? 한번 국기를 받아들었으면 놓치지 말았어야 한다”고 썼다. 결국 허 선수는 웨이보에 “국기를 던진 것이 아니다. 국기가 완전히 비에 젖은 데다 내 팔이 뻣뻣해져서 팔을 흔드는 과정에서 실수로 떨어뜨린 것”이라며 “매우 미안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치열한 우승 다툼을 벌이던 선수를 방해한 자원봉사자를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경기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어떻게 자원봉사자가 트랙에 서 있을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당시 경기를 중계했던 중국 CCTV의 해설자도 “선수가 이를 악물고 뛰는 이 시점에서 사소한 방해도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19일 쑤저우 스포츠국 관계자는 “국기를 전달하기로 한 건 자원봉사자의 결정이었다”며 “아마도 애국심에 그렇게 행동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회의 다른 관계자는 현지 매체에 “1~3위로 들어오는 중국인 선수에게는 결승선 도착 전에 오성홍기를 전달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는 주최 측의 방침이었다”고 전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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