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때” 여지 남긴 트럼프… 美국무부는 ‘여행경보’ 턱밑까지 올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7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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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26일(현지 시간) 진행한 기자회견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미국인의 불안을 다독이고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는 데 집중됐다. 뉴욕증시가 24, 25일 이틀 연속 3% 가량 급락하는 등 코로나로 인한 경제 타격이 커질 조짐이 보이자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코로나19 대응 총괄 책임자로 임명했다. 또 25억 달러(약 3조 원)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내 독감 사망자가 연간 최대 6만9000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코로나19의 위험성이 독감보다 높지 않다는 주장도 내놨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최대 성과 중 하나인 경제 성장과 증시 호황을 흔들 변수를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과 이탈리아 등 코로나19가 확산된 국가들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되던 입국·여행제한 조치를 발표하지 않은 것도 이런 차원으로 해석된다. 매달 미국으로 들어오는 한국인 입국자 수는 월 평균 약 20만 명. 이들에 대해 입국 제한이나 금지 조치를 취하면 당장 양국 기업인들의 산업 현장 점검, 출장 회의 등이 모두 중지된다. 이로 인해 미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군사분야를 포함한 각종 외교안보 관련 교류와 세미나, 유학생 입국도 전면 중단이 불가피해 엄청난 파장을 부를 수 있는 사안이다.

이를 감안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국가를 지목하는 것에 기자회견 내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입국 제한 조치에 관한 질문에는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지 다른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다. 우리(조치)를 다른 나라에 부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미 존스홉킨스대가 발표한 세계보건안보지수에서 미국이 ‘보건 위기상황에 가장 잘 대응하는 나라’ 1위에 올랐다는 점을 강조하며 상위 리스트에 올라있는 국가 9위인 한국까지 언급했다. 미국이 이달 초 전격적으로 입국제한 조치를 취했던 중국과 달리 동맹국인 한국을 배려하고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한숨 돌렸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염이 확산될 경우 우리는 그 어떤 조치에도 매우 준비돼 있다”며 사정이 달라지면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군(軍)에 한정된 조치이지만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날 꼭 필요한 상황을 제외한 사령부 산하의 한국행을 모두 제한했다. 국무부가 이날 나흘 만에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여행 재고)로 격상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최고 단계인 4단계(여행 금지) 턱밑까지 와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내 확진자는 총 60명으로 늘었다고 CNBC 등이 전했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귀국한 미국인 확진자 42명 외에 중국 여행을 했거나 확진자와 접촉으로 감염된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이날 캘리포니아의 한 확진자는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아 지역사회 감염 우려를 키우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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