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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 바꿔가며 23년간 ‘공수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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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 바꿔가며 23년간 ‘공수처 공방’

조동주 기자 입력 2019-10-24 03:00수정 2019-10-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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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공수처를 주장했다.”(21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2004년 국무총리 후보자 때 공수처를 반대했던 이해찬 대표가 이제는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23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치권의 핵심 쟁점이 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 여야는 상대 진영의 20년 전 발언까지 꺼내가며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공수처 설치안은 20여 년 동안 여야의 선거 공약으로 끊임없이 오르내렸고, 정권 교체와 정치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쟁점이 됐다가 사그라들기가 반복됐다.


○ 대선자금 수사 때마다 ‘공수처’ 카드



공수처 설치안이 처음 공론화된 것은 1996년 참여연대가 검찰의 권한 분산을 골자로 하는 부패방지법 입법청원운동을 벌이면서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DJ) 대통령이 이 아이디어를 차용해 ‘부패방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삼으면서 공수처 개념은 본격적으로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집권 후 DJ 정부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공직비리수사처로 대체하는 검찰 개혁안을 추진했지만 검찰과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논의가 흐지부지됐다. DJ 정부 관계자는 “논란 끝에 부패방지법은 공수처 설치가 빠진 채 통과됐고 수사권이 없는 부패방지위원회가 세워졌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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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대선에서 김 대통령에게 패한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 이회창 총재 역시 공수처에 관심을 보였다. 이 총재는 1998년 9월 박상중 참여연대 공동대표와 만나 ‘특별검사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이 총재가 밝힌 특검제는 고위공직자 비리를 전담하는 제도로 참여연대가 제시한 공수처 구상과 맞닿아 있었다. 하지만 1998년 검찰이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 총재의 특검제를 두고 “정략적 차원의 검찰 힘 빼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2001년엔 한나라당이 특검은 찬성하되 공수처는 반대하면서 공수처 도입은 무산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11월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안을 발의했다. 공수처에 수사권만 주고 기소권은 주지 않는 내용으로 정부 발의안을 제출했지만, 야당인 한나라당은 “검찰을 배제하고 야당 탄압용 새 사정기구를 만들려 한다”며 반대해 무산됐다. 하지만 이런 한나라당도 불과 7개월 전인 2004년 총선에선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야를 향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가속화되던 때로,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이라는 비판에 공수처 설치에 적극적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인용한 이해찬 대표의 발언은 한나라당이 공수처 설치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2004년 6월 이 대표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에 나왔다. 당시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와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기소권이 이원화되는 것과 대통령이 사정집행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 의사를 피력했다. 공수처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기소권의 부여 및 대통령직속 기관화에 반대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수처에 수사·기소권을 모두 부여하는 방안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 “공수처, 선거 등 정략적 이해관계에 매몰”

여야는 이후에도 몇 차례 공수처 설치를 두고 찬반을 바꿔가며 충돌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사 스폰서’ 사태가 터져 검찰개혁론이 불붙자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당 회의에서 “공수처 신설을 신중하면서도 적극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2012년 12월에는 친이(친이명박)계인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이재오 의원이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새누리당 내 반대에 부딪혔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2, 2017년 대선에서 모두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삼으며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에 대한 입장을 확고히 했다.

지금의 공수처 이슈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측면이 적지 않다. 여권은 공수처 설치법안 국회 통과 시기를 10월 말로 앞당겨 ‘조국 사태’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이에 한국당은 “‘친문수사처’를 만들어 정권 말 부패 수사를 공수처로 무마하려는 것”이라며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20여 년 정치권 문턱을 들락날락했던 공수처가 더 이상 정략적 카드만이 아니라 순수한 개혁 방안으로 원점에서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공수처 설치#여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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