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사고 선행학습 위반 문항 3개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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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22개교 수학시험 조사
3개 학교서 각 1개 문제만 위반… 진보단체 “100% 위반” 주장과 달라
시교육청 조사 결과 공개도 안해… 교육계 “자사고에 유리한 내용 감춰”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22곳의 내신 수학시험 문제를 전수조사한 결과 ‘모든 자사고가 선행학습을 금지한 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사고들이 지난해와 올해 1학기 출제한 수학 문제 약 2000개 중 규정을 위반한 문항은 3개에 그쳤다.

앞서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올 5월 “자사고의 중간·기말고사 수학 시험지를 분석해 보니 선행학습 금지를 100% 위반했다”고 문제 제기했다. 이를 근거로 자사고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사고(22개교) 선행학습 금지 위반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올 6∼9월 22개 자사고의 지난해 고1 수학시험 44건과 올해 고1, 2 수학시험 70건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결과 선행학습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문항은 3개 학교에서 1문항씩에 지나지 않았다. 한 시험에 최소 20문항이 출제된다고 보면 2000개 넘는 문제 중 적발된 것이 단 3문제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A 자사고는 총 25문항 중 1문항, B학교는 22문항 중 1문항, C학교는 20문항 중 1문항을 ‘교과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 출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3문제 이외에 선행학습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시 교육청은 설명했다.

이는 사걱세가 제기한 의혹과는 정반대다. 당시 사걱세는 “국회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사고 9곳의 2018학년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분석한 결과 모두 선행학습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조사대상을 (서울) 자사고 전체로 확대해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걱세는 시교육청에 자사고를 전수조사하고 그 결과를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반영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공교육정상화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한 부담을 주는 선행학습을 줄이자는 취지로 2014년 시행됐다. 만약 이 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해당 자사고는 재지정 평가의 ‘선행학습 방지노력’ 항목에서 큰 감점을 받게 된다. 교육감 직권으로 지정 취소도 가능하다.

‘자사고 선행학습 금지 규정 위반’ 주장은 올 8월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교육계 내부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지난달 조사 결과를 해당 3개교에만 통보했을 뿐 공개하지는 않았다. 조사를 맡은 시교육청 담당자는 “워낙 적게 적발됐기 때문에 따로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자사고 폐지’라는 답을 내놓은 시교육청이 자사고에 유리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이유가 있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자사고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이 일개 교육단체의 주장만 듣고 자사고를 조사한 것 자체에 불만을 나타냈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이었던 B 자사고 교장은 “자사고는 ‘선행학습 방지노력’ 항목에서 감점당하지 않으려고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시험문제를 낸다”며 “이른바 교육특구의 일반고 내신시험이야말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측은 “시민단체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여 전수조사를 실시한 것은 시교육청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강동웅 기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서울교육청#선행학습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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