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女 비뇨의학과 전문의 1호’ 윤하나 교수가 추천한 ‘방광 튼튼’ 운동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3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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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중년 이후에 생기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으로 필라테스를 적극 권한다. 윤 교수는 “집에서 주부들이 고무장갑이나 수건으로도 운동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중년 이후에 생기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으로 필라테스를 적극 권한다. 윤 교수는 “집에서 주부들이 고무장갑이나 수건으로도 운동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50)는 국내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 1호다. 배뇨 장애와 요실금 같은 질환을 치료하면서, 별도로 여성 성기능 장애 클리닉을 운영한다. 비뇨기 질환에 걸린 게 죄는 아닌데, 많은 여자 환자들이 남자 교수들 앞에 서면 민망해 한다. 그런 환자들에게 윤 교수는 믿고 털어놓을 수 있는 자매처럼 여겨진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외 학술지에 10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했다.

지난 달 말, 윤 교수는 병원 대강당에서 필라테스 무료 강좌를 열었다. 50대 이상 환자 80여 명이 왔다. 외부에서 전문 강사를 초빙해 비교적 쉬운 동작을 가르쳤다. 윤 교수는 이 강좌의 이름을 ‘방광 튼튼’이라 지었다. 일종의 운동 치료인 셈이다. 환자들의 호응이 꽤 좋았다. 윤 교수는 9월에 또 강좌를 열기로 했다.

● “필라테스로 건강 유지”

아주 오래 전부터 허리 디스크가 있었다. ‘거북목’도 생겼고, 어깨 통증도 심했다. 윤 교수는 “의사들이 겪는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했다. 수술 동작이 딱 병에 걸리기 좋은 자세라는 것이다. 치료해야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구부정한 자세로 환자와 상담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일도 잦았다. 가끔은 울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심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때는 진통제를 먹고 버텼다. 물리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재활의학과 동료 교수에게 치료 방법을 물었다. 그 교수는 나쁜 자세가 원인이니, 그것부터 고치라 했다.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그때가 10년 전이다.

사실 운동 부족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40대로 접어들면서 일이 많아졌고, 환자도 늘었다. 운동을 못하니 근육이 감소하는 게 느껴졌다. 그만큼 나잇살도 늘었다. 툭하면 몸이 아팠고, 고혈압과 고지혈증까지 생겼다. 이런 마당에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필라테스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흉식 호흡을 배웠다. 이것은 배를 올챙이처럼 내미는 단전호흡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코를 크게 확장시키고, 내쉴 때는 의도적으로 갈비뼈를 배꼽 쪽으로 끌어 당겨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저절로 배에 힘을 주게 된다. 이 과정에서 코어근육이 강해진다. 코어근육은 척추와 골반을 지지하는 근육을 뜻한다. 윤 교수는 “흉식 호흡 자체가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물리치료인 셈”이라고 말했다. 호흡을 하다 보면 몸통 전체가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면서 코어근육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

호흡법을 끝낸 후 필라테스의 여러 동작을 배웠다. 강사에게 한 동작을 배우면 그날 저녁 집에서 철저히 복습했다. 30분만 운동해도 옷이 흥건하게 젖을 만큼 땀이 흘렀다. 그렇게 운동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몸에 변화가 나타났다. 무엇보다 자세가 교정됐다. 비뚤어진 허리가 곧바로 서면서 통증이 사라졌다. 그 전에는 매년 한두 번은 근무를 하지 못할 정도로 호되게 아팠지만, 더 이상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이런 효과가 당장 나타난 것은 아니다. 윤 교수는 “보통 1,2년은 운동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교수는 집, 연구실, 진료실을 가리지 않고 시간만 나면 필라테스 동작을 따라한다.

● “중년 여성에게 강력 추천”

윤 교수는 필라테스를 한 날과, 하지 않은 날이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운동을 안 하고 잠을 자면 다음날 얼굴이 많이 붓고 몸이 찌뿌드드하며 근육이 뭉친다는 것. 이 때문에 아무리 피곤해도 일주일에 3회 정도는 저녁에 꼭 운동을 하는 편이다.

윤 교수는 필라테스가 40대 이후의 남녀 모두에게 좋은 운동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남성에게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윤 교수도 이 점을 인정하며 “아무래도 중년 여성에게 더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

이 운동의 장점이 뭘까. 윤 교수는 무엇보다 헉헉대면서 고통스럽게 하는 운동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물론 난도가 높은 동작은 초보자가 따라할 수 없다. 하지만 따라하기 쉬우면서도 운동 효과도 큰 동작이 꽤 많아서 선택의 폭이 넓다. 특별한 운동 기구가 필요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수건이나 물병, 고무장갑 같은 것을 이용해 운동할 수 있다. 또한 주방이나 거실, 사무실 어디에서든 운동을 할 수 있다.

물론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면 평소에 쓰지 않던 허리와 등, 어깨 근육이 강화된다. 이로 인해 허리 디스크와 만성 어깨 통증을 예방하거나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다만 체중이 확 빠지지는 않는다. 윤 교수는 “감량이 목적이라면 필라테스는 적합한 운동이 아니다. 그 대신 필라테스는 몸매를 다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중년 이후에 살이 처지는 것을 막아 줘 탄력있고 탄탄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내친 김에 중년 여성의 체중 감량 방법을 물었다. 윤 교수는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감량해야 한다. 무조건 굶는 다이어트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먹지 않고 살을 뺄 경우 일단 체중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분만 빠진다. 이런 다이어트를 지속하면 나중에는 몸만 상한다는 것.

적절한 운동량에 대해 윤 교수는 “일주일에 최대 5일 정도가 좋다”고 말했다. 매일 고강도로 운동을 한다면 몸에 쌓인 젖산이 해소될 틈이 없다. 근육도 어느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줘야 원활하게 생성된다. 윤 교수는 “너무 격렬하지 않게, 적당한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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