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국 검증’ 언론을 ‘공산주의 경찰’에 빗댄 與 대변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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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어제 한 방송 인터뷰에서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가 “공산주의에서는 경찰이 개인의 사생활을 파헤쳐서 피폐화시킨다”고 말했다면서 “민주주의에서는 기자가 개인의 삶을 피폐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언론 검증을 두고 한 말이다. 민주주의에서 공인에 대한 언론의 검증을 공산주의에서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빗대다니 비유도 억지스럽지만 언론관이 우려스럽다. 경찰의 미행이나 도청에 의한 감시를 언론의 검증과 동일시하는 사람이 대변인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조 후보자 동생의 이혼한 전 배우자가 ‘위장 이혼’ ‘위장 매매’ 의혹에 대해 해명하자 민주당에서는 언론 보도를 불신하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제 후보자 부친 묘소의 비석에 비석이 세워지기 4년 전 합의 이혼했다는 동생의 전 배우자 이름이 며느리로 버젓이 올라있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후보자를 넘어 후보자 동생이 느닷없이 검증의 장(場)에 불려나온 것은 동생의 이혼한 배우자와 후보자 부인 사이에 위장 매매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고, 그 의혹을 파헤치다 보니 이혼이 위장일 가능성이 의심됐기 때문이다. 후보자의 작고한 부친이 이사장으로 있던 사학재단을 상대로 후보자 동생 부부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도 후보자가 사학재단의 이사이고 가족 간 소송이었던 만큼 후보자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후보자 딸의 논문·장학금 의혹까지 불거지는 것은 후보자 가족이 우리 사회의 공정한 경쟁 룰에 배치되는 특권을 누렸다는 의심을 살 만한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후보자 자신이 과거 교육에 대해 한 말과 행동이 불일치하는 데가 많아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어제 청와대는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을 사전에 얼마나 검증했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못 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 검증은 그가 민정수석에서 법무장관으로 사실상 직행하면서 ‘셀프 검증’으로 진행돼 부실했을 수 있다. 그런데도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페이스북에 ‘누구의 청문회인가’라는 글을 올렸고, 민주당에서는 “내용을 자세히 파악해 보니 별것이 없다”(우상호 의원), “팩트 체크 결과 법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도덕적 문제도 없다”(김종민 의원) 식의 맹목적 옹호가 이어지고 있다.

조 후보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내일이라도 청문회를 열어주면 모든 걸 해명하겠다”고 하더니 어제부터는 의혹에는 입을 닫은 채 정책비전이란 걸 발표하고 앞으로도 여러 차례 발표하겠다고 했다. 아무리 문제가 드러나고 청문보고서 채택이 거부돼도 임명을 강행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후보자들은 청문회 당일만 때우면 된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검증은 아무리 엄격해도 지나치지 않다. 언론 검증을 매도하며 억지 비호에 나선 집권당의 행태는 조 후보자에 대해 왜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공산주의 경찰#조국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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