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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웃고 있다[오늘과 내일/신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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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웃고 있다[오늘과 내일/신석호]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입력 2019-07-18 03:00수정 2019-07-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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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보유 굳히기’ 전략 앞 韓-日 안보협력 약화 안돼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북한은 핵·미사일 카드를 쥐고 미국과 중국을 쥐락펴락하는데, 한미일 3국 협력체제는 분열 조짐을 보이고….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굳혀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촉발한 한일 무역 갈등을 답답한 심경으로 지켜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에게 SNS로 넋두리를 했다. 그도 그러고 있었는지 10초 만에 답장이 왔다. “옳습니다.”

태 전 공사는 지난해 발간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노동당과 외무성이 이미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 당시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핵실험 동결을 선언하고 장기적으로 남조선과 미국에 북한의 핵에 대한 ‘면역력’을 조성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폭로했다. 돌아보면 맞는 이야기다. 북한은 2017년 말까지 핵·미사일 능력을 최대한 강화한 뒤 2018년부터 2년째 주변국들의 ‘면역력’을 키우는 평화 공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과의 ‘전략적 3각 관계’를 최대한 활용해 재미를 봤다. 미국과 대화해서 몸값을 높인 뒤 경쟁 관계인 중국의 지갑을 열고, 중국과 대화해서 미국을 붙들어 두는 것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정확히 이런 구도 속에서 지난달 20일 북-중 정상회담과 30일 판문점 북-미 회담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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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회담이 정말 하루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SNS 제의로 이뤄졌을까요? 시진핑 중국 주석이 평양에 가는 문제에 대한 북-중 양국 간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즈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습니다. 두 회담을 한 묶음으로 봐야 합니다.”

김정은은 G2 정상을 북한 땅에 불러들인 외교적 성과를 올해 2월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 커진 국내 정치적 위기 극복에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월북’ 장면을 대대적으로 선전해 엘리트와 인민들에게 ‘핵을 가졌으니 가능한 일’이라며 선전하고 있을 터다. 중국의 인도적 지원으로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 위기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이 가시는데 아무래도 선물이 필요하니까. 우선 식량과 식량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 중심으로 신경을 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제제재를 풀지 않는 한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여기에 올해 4월 인사에서 샛별처럼 떠오른 김재룡 내각 총리와 리만건 당 조직지도부장은 김정은이 내년 트럼프 대통령 재선 국면에 사용할 대미 강경책을 준비하는 인적 포석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내각 총리는 군수공업의 메카인 자강도에서 당 위원장을 지냈고 당 조직을 총괄하는 리 조직지도부장은 북한의 미사일 전문가다. 한 전문가는 “핵심적인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엘리트 인사의 전형”이라며 “협상에 실패할 경우 사용할 카드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평양은 벌써 내년을 준비하고 있는데 김정은의 핵보유국 지위 굳히기를 막아야 할 핵심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은 과거의 문제로 싸우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일본을 비난하며 문재인 정부를 돕고 있는 듯하지만 속내도 그럴까? 한일의 싸움에 미국이 전과 같은 중재 역할을 주저하면서 한미일 3각 협력관계, 특히 안보 협력의 이완도 우려되고 있다.

박재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경제 분쟁이 악화되더라도 안보 관계는 훼손되지 않도록 세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져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 북핵 저지에 막대한 차질이 오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글로벌 안보 네트워크에서 한국만 고립된 행위자(node)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야말로 김정은이 진짜 바라는 것 아니겠는가.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
#북한 비핵화#한일 안보협력#일본 수출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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