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국새 ‘대군주보’ ‘효종어보’도 국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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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19일 0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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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보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으로, 왕이나 왕비의 덕을 기리거나 죽은 후 업적을 찬양하기 위해 제작됐다.2020.2.19/뉴스1 © News1
어보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으로, 왕이나 왕비의 덕을 기리거나 죽은 후 업적을 찬양하기 위해 제작됐다.2020.2.19/뉴스1 © News1
외국을 떠돌던 국새 ‘대군주보’와 ‘효종어보’가 고국에 돌아왔다.

국새·어보는 대한민국 정부의 재산으로 소지 자체가 불법인 유물이다. 외국에 나간 국새와 어보의 환수는 주로 압수나 수사 같은 강제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이번엔 소유자 스스로 결심한 ‘기증’ 방식으로 이뤄졌다.

19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두 유물의 기증자 이대수씨의 아들 이성주씨는 “아버지께서는 (외국을 떠도는) 역사적 유물들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아버지는 처음 유물을 수집했을 때의 뜻처럼, 이 유물들을 한국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새 대군주보가 특별 공개되고 있다. 2020.2.19/뉴스1 © News1
19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새 대군주보가 특별 공개되고 있다. 2020.2.19/뉴스1 © News1
대군주보는 조선의 자주국가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1882년(고종 19년)에 제작한 국새이고, 효종어보는 효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740년(영조 16년)에 제작한 어보이다.

이대수씨는 1960년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이후 미국에 거주해왔다. 그는 한국문화재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경매를 통해 문화재를 매입하던 중, 1990년대 후반 두 유물을 매입했다.

그러던 이씨는 최근 국새·어보가 대한민국 정부의 소중한 재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고국에 돌려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한국정부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미주현대불교 발행인 김형근씨에게 두 유물의 소장사실을 알렸고, 김씨는 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 전 사무처장인 신영근씨에게 이를 알리면서 최종적으로 두 유물이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대군주보는 높이 7.9㎝, 길이 12.7㎝ 크기로 은색의 거북이 모양 손잡이와 인판(도장 몸체)으로 구성됐다. ‘고종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에 따르면 대군주보는 외교관련 업무를 위해 고종의 명에 따라 제작됐다.

조선은 이전까지는 명과 청에서 ‘조선국왕지인’(朝鮮國王之印)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국새를 받아 사용했으나, 고종의 명으로 ‘대(大)조선국’의 ‘대군주’(大君主)라는 글씨를 새긴 ‘대군주보’를 새롭게 만들어 사용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고종이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1882) 등 당시 조선의 정세 변화에 발맞춰 중국 중심의 사대적 외교관계를 청산하고, 독립된 주권국가로의 전환을 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세부 자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군주보의 공식적인 사용 시기는 1882년 제작 이후 1897년까지로 파악됐으며, 외국과의 통상조약 업무를 담당하는 전권대신을 임명하는 문서(1883)에 실제 날인된 예가 확인됐다.

이외에도 1894년 갑오개혁 이후에 새롭게 제정된 공문서 제도를 바탕으로 대군주(국왕)의 명의로 반포되는 법률, 칙령, 조칙과 관료의 임명문서 등에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효종어보는 높이 8.4㎝, 길이 12.6㎝ 크기로 역시 거북이 모양 손잡이에 금색을 띤 모양을 하고 있다. 1740년(영조 16년) 효종에게 ‘명의정덕’(明義正德)이라는 존호를 올리며 제작된 것이다.

효종 승하 직후인 1659년(현종 즉위년)에 시호를 올렸고, 1740년과 1900년(광무 4년)에 존호를 올렸는데, 이때마다 어보가 제작됐다.

효종어보 3점 중 1900년에 제작한 어보(국립고궁박물관 소장)만 전해오고 있었는데, 이번에 1740년 제작 어보를 환수함에 따라 효종 관련 어보 2점을 국립고궁박물관에 무사히 보관할 수 있게 됐다.

조선 시대(대한제국기 포함)에 제작된 국새와 어보는 총 412점으로, 73점은 행방불명 상태다. 행방불명된 국새, 어보는 유네스코 123개 회원국을 비롯해 인터폴과 미국국토안보수사국 등에 목록이 공유돼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 기증을 기점으로 도난된 국새와 어보를 환수하기 위해 다양한 홍보계획을 펼칠 예정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아직도 70여점의 소중한 어보와 국새가 미국을 비롯한 외국을 떠돌고 있다”며 “이 문화재들이 하루빨리 우리 품에 돌아올 수 있게 여러 방법을 강구할 예정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군주보와 효종어보는 오는 22일부터 3월8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2층 조선의 국왕실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특별공개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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